89. 산 이름은 송악인데 개성시내 곳곳의 유적을 안내하면서 자기 집에 유숙케 하는 선비의 친절은 고맙지만 가난해 보이는 선비 집에 여러 날 머물러 있을 수도 없어서 만류를 무릅쓰고 작별을 고하고 나왔다. 그러나 어제 보았던 단풍으로 곱게 물들은 그 松嶽山(송악산)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그래서 千紫萬紅(천자만홍)을 한 눈으로 바라보며 송악산을 서서히 올라갔 다 내려오니 해는 이미 서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개성에서 하룻밤을 더 자고 가야겠기에 이집 저집을 찾아다녔지만 모두 거 절이다. 한 집은 여자만 있어서 안 된다 하고, 또 한 집은 과객을 재울 방이 없다고 하 더니 또 다른 집은 땔 나무가 없어서 안 된다고 한다. 원 이런 놈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