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업슨 청산(靑山)이요 태(態) 업슨 유수(流水)ㅣ로다. 갑 업슨 청풍(淸風)이요 님자 업슨 명월(明月)이라 이 중(中)에 병(病) 업슨 이 몸이 분별(分別)업시 늙으리라.
[현대어 풀이] 말이 없는 푸른 산이요 일정한 모양이 없이 흐르는 물이로다. 값으로 따질 수 없는 맑은 바람이요 임자가 따로 없는 밝은 달이로다. 이러한 자연 속에서 병없는 나의 이 몸은 근심걱정없이 늙어 가리라.
[이해와 감상] 송나라 시인인 소동파의 <적벽부>에 나오는 "천지간의 만물은 모두 주인이 있으나 강가의 청풍과 산 위의 명월은 누구나 자 유롭게 취할 수 있다."는 내용의 시상과 매우 유사하다. 중장의 '청풍'과 '명월'은 누구나 쉽게 가까이 하여 즐길 수 있는 자연 적 소재이다. 자연과 내가 하나를 이루었고, 더 이상의 아무런 근심과 슬픔이 없이 자연 속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작자에겐 늙 어가는 인생조차 아늑하고 편안하다. 자연과 인생의 조화를 노래하는 넉넉한 마음이 나타나 있으며, <논어>의 "지자요수(智者樂水) 인자요산(仁者樂山)"의 경지라 할 수 있다. '업슨'을 장마다 두 번씩 6번을 되풀이하여, 이 시조의 뼈대를 삼았는데 그것이 운율에 묘미를 더해 준다. 아무 데도 얽매인 데 없는 대자연 속에서 풍운유수와 함께 세속을 멀리하고 유 유자적하는 심경을 소탈하게 읊었다. 60평생을 거의 벼슬하지 않고 학자로서, 자유인으로서 살아간 지은이의 풍모가 이 한 수에 승화되어 있는 느낌이다.
[정리] □ 성격 : 평시조, 한정가(閑情歌) □ 표현 : '업슨'의 반복으로 운율을 형성 자연을 임자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시적 발상이 특 징적임. 대구적 병렬의 표현법 □ 시적 화자의 태도 : 몰아일체(沒我一體)의 경지 □ 주제 : 자연 동화로 인한 삶에의 초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