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바위가 된 도둑

eorks 2012. 6. 25. 00:08
불교전설 전라도편
바위가 된 도둑
    임실·서당재 때는 조선조 초엽. 지금의 전북 임실군 삼계면 서당재의 조그만 암자에 한 비구니 스님이 홀로 수도를 하고 있었다. 20세 안팎의 이 스님은 고려 말 귀족의 딸로서 멸족의 화를 면해 입산 출가했다는 소문이 마을에 파다했다. 밤이면 호랑이 늑대 소리가 들려도 젊은 스님은 염불정진을 게 을리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기도하던 스님은 그만 깜박 잠이 들었다. 하얀 백발 노인이 근엄한 표정으로 스님 앞에 나타났다. 『아니…?』 『놀라지 말아라. 나는 이 산을 다스리는 신령이니라. 이제 그 대에게 자식 하나를 점지해 주려고 이렇게 찾아왔노라.』 『당치 않으신 말씀입니다. 소녀는 계율을 수행의 첫 덕목으로 삼으며 공부하는 불가의 비구니이옵니다.』 『이 산의 정기를 그대 몸을 빌어 자식으로 태어나게 할 것이니 라.』 『신령님! 산 아래 마을에는 자식이 없어 애태우는 사람들이 많 사온데 왜 하필이면 소승의 몸을 빌리려 하십니까?』 『다 뜻이 있어서 그러느니라. 이제 그대에게 점지할 아들은 귀 하고 소중하기 때문에 정결한 그대를 선택한 것이니 그리 알라.』 말을 마친 노인은 홀연히 사라졌다. 노인이 사라짐과 동시에 스 님은 아득해짐을 느꼈다. 그때 갑자기 중천에 두둥실 떠 있던 보름달이 하강하더니 스님 의 입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스님은 경악해서 질렀는데 그만 그소리에 놀라 잠이 깼다. 주변을 둘러보니 불교ㅇ을 올리다 잠이 든 모습 그대로였다. 『별란 꿈도 다 있네.』 그러나 스님은 그 신기한 꿈을 꾼 지 10달이 지난 후 달덩이 같 은 옥동자를 산고도 없이 낳았다. 아기는 날이 갈수록 영특하고 총명해졌다. 이렇게 무럭무럭 자 라는 아기르 ㄹ바라볼 때마다 스님은 착잡한 상념에 사로잡혔다. 『그렇지. 아무래도 예사 아이는 아니야. 훌륭히 키워 보자.』 스스로 다집한 스님은 아들이 커 갈수록 마음이 든든해졌다. 『어머니!』 『어머니라고 부르지 말고 스님이라 부르라고 했지 않느냐?』 『어머니를 어머니라 부르는데 뭔가 잘못이에요?』 『하지만 난 다른 어머니와 달리 출가한 여승이 아니냐. 그러니 앞으로는 꼭 스님이라 부르거라.』 『우리 아버지는 누구세요?』 퉁명스럽게 묻는 아들의 말에 스님이 대답이 없자 아이는 골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왜 말을 못하시고 숨기세요? 어머니가 스님이 되신 곳도 다 아버지 때문이 아니세요?』 『그런 것이 아니란다.』 『그럼 왜 말씀을 못하세요?』 『네가 좀더 크면 말하려 했는데 정히 네가 원한다면 내 오늘 다 말해 주마. 한 가지 약속할 것은 내 말에 의심을 갖지 말고 믿어줘야 하느니라.』 스님으로부터 자초지종의 이야기를 들은 아이는 무엇인가 골똘 히 생각했다. 자신의 출생 동기를 알게 된 그는 이대로 집에 머 물러 있을 수 없다고 결심했다. 『어머니, 저는 이제 어머니 곁을 떠나야겠습니다.』 『아니 어디로?』 『큰스님을 찾아뵙고 공부를 해야겠습니다.』 『음, 그래 말리지 않겠다. 어디를 가든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 한 사람이 되거라. 너는 예사롭게 태어난 사람이 아니란 것을 명심하고.』 『네, 어머님 아니 스님.』 소년은 그 길로 무등산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대혜도사를 만나 열심히 수도하며 무예를 익혔다. 그렇게 어느덧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소년은 20세의 천하장사로 성장했다. 하루는 대혜 스님이 청년을 불렀다. 『이제 나는 네게 더 가르칠 것이 없게 됐다. 그만하면 훌륭하 니 그만 내 곁을 떠나도록 해라.』 『하오나 소생은 아직 미흡하옵니다.』 『아니다. 네가 부족한 것이 있다면 장사가 갖는 용마가 아직 없다는 것뿐이다.』 『용마라니요?』 『너는 명산의 정기로 태어난 장사음을 내 이미 알고 있었느니 라. 헌데 아직 용마를 못 얻어 네 스스로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 끼고 있을 것이다.』 『스님, 어찌하면 용마를 얻을 수 있을까요?』 『용마는 하늘이 주시는 것이니라. 허나 아직 하늘이 네가 용마 를 주실뜻이 없는 듯하니 대신 내가 말 한 필을 주마. 저기 마굿 간으로 가자.』 마굿간 앞에 선 청년은 눈이 휘둥그래졌다. 거기엔 청동의 황금 옷을 입힌 말 한 필이 있었다. 『너는 저 말을 능히 부릴 수 있을 것이다. 어서 끌고 가거라.』 그때였다. 『히-잉』 청동마가 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 아닌가. 『허어 됐다, 됐어. 그 말의 울음소리를 들었으니 무슨 일이든 네 뜻 대로 될 것이다.』 청년은 스승과 헤어져 청동마를 이끌고 서당재 암자로 달려갔 다. 『아니? 이게 누구냐!』 10여 년만에 아들을 만난 스님은 기뻐 눈물을 흘렸다. 실로 오 랜만의 모자 상봉이었다. 그날 밤, 신기한 청동마를 탐낸 도둑이 암자에 들었다. 『허허,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내가 갖게 됐구나.』 청동마를 둘러메고 산을 내려오는 이름난 산적 두목 도포는 무 거운 줄도 몰랐다. 방에서 어머니와 이야기를 주고받던 청년은 이상한 느낌이 들어 급히 나와 보니 청동마가 보이질 않았다. 『앗, 내 청동마를 누가 훔쳐 갔어요.』 『뭐라고. 그 귀한 말을 도둑맞았다구?』 『어머님, 소자는 용마를 얻을 때까지 더 수도하겠습니다. 청동 마는 저와 인연이 없는가 보옵니다. 그러나 소자는 도둑과 그 말 을 바위로 만들어 버리겠습니다.』 청년은 급히 종이에 주문을 적어 허공에 날렸다. 그때였다. 멋도 모르고 산속 어디쯤을 내려가던 도둑이 소리를 쳤다. 『으악! 사람 살려요.』 외마디 비명을 지른 산적 도포는 그 자리에 굳어 바위가 됐다. 그후 서당재에는 도둑 도포와 청동말 형상의 바위가 생겨났고 지금도 그곳엔 서당재 도둑 바위라 불리는 바위가 있다. 청년 장사는 그 길로 산중 깊이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장사는 용 마를 얻지 못하면 세상에 나갈 수 없다」는 말을 입증이나 하듯.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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