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94

구두쇠 영감의 최후

불교전설구두쇠 영감의 최후벽성·용두리 아주 먼 예날, 황해도 벽성군 동운마을에 곽씨라는 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다. 고래등 같은 기와집에서 수많은 하인을 거느리고 호의호식하는 등 세상에 부러울 게 없이 사는 곽노인이었으나 웬일인지 그에 게는 소생이 없었다. 그래선지 곽영감은 매일 기생들을 불러 마 시고 노는 것을 유일한 낙으로 삼았다. 그는 이렇게 돈을 물쓰듯 하면서도 동네 사람이나 일꾼, 그리고 걸인들에게는 어찌나 인색했던지 마을 사람들은 그를 구두쇠라 고 불렀다. 김매던 일꾼이 잠시 쉬거나, 머슴이 병들어 누원 일을 못하면 품삯이나 새경을 감할 만큼 곽영감은 박정했다. 그의 집에선 거문고소리와 기생들의 웃음소리가 끊일 사이가 없었다. 인근 고을 걸인들은 이 소리에 솔깃해서 뭘 좀 얻어갈 까 해서 매일 ..

불교전설 2012.07.13

이성계의 꿈

불교전설이성계의 꿈안변·釋王寺 조선국을 세운 태조 이성계가 아직 장군 시절일 때다. 날로 부 패해 가는 고려왕조를 탄식하던 그는 청운의 뜻을 품고 팔도 강산을 두루 돌며 무예를 익히는가 하면 명산대찰을 찾아 제불 보살님의 가호를 빌었다. 그가 함경도 안변 땅에 머물던 어느 날 밤. 이성계는 참으로 묘한 꿈을 몇 가지나 꾸었다. 『거참 이상한 일이로구나.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는 꿈을 하룻밤에 몇 가지나 꾸다니….』 이튿날 새벽 눈을 뜬 이성계는 간밤 꿈자리가 어쩐지 석연치 않아 하나하나 꿈을 되새기며 곰곰이 생각해 봤지만 도무지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다. 풀리지 않는 꿈 때문에 답답해 하던 그는 대장부 체통도 접어 둔 채 그 마을에서 해몽을 잘한다는 노파를 찾아갔다. 『내 간밤에 하도 이상한 꿈을..

불교전설 2012.07.12

며느리바위

불교전설며느리바위옹진·婦岩里 아주 먼 옛날. 황해도 옹진군 富民面 婦岩里란 마을에 만석군 김부자 영감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품이 교활할 뿐 아니라 인 색하기로 소문이 나 동네 아이들까지도 그를 「딱정쇠 영감」 이라고 놀려댈 만큼 구두쇠였다.한가위가 지나고 추수도 끝난 어느 가을날. 『육간 대청에 삼중 대문의 큰 집에 살고 있는 김부자는 광에 가득 쌓인 볏섬을 둘러보며 매우 흐뭇해 하고 있었다.』 이때 대문밖에서 목탁 소리가 들려왔다. 시주하러 온 탁발승에 게 쌀톨이나 내놓을 김영감이 아니었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목 탁소리가 귀에 거슬렸던 모양이다.『안에 누구 없느냐?』『……』 『거 아무도 없느냐?』 안에서 아무 대답이 없자 김영감은 화가 머리 끝까지 솟았다. 얼른 대령해도 시원치 않을 터인데 몇번을 찾아..

불교전설 2012.07.11

염라대왕의 분부

불교전설 강원도편염라대왕의 분부금강산·명경대 아주 아득한 옛날, 염라대왕이 명부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살아 서 지은 죄를 심판하고 있었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지옥으 로 보내고,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은 극락으로 보내는 것이었 다. 한데 염라대왕 앞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죄는 조금 도 짓지 않고 좋은 일만 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염라대왕은 생각다 못해 사람의 한 평생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을 만들었다. 누구든 그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사실 여부가 드러 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구니 스님이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됐다.그런데 이사하게도 그 스님은 옷을 입지 않은 발가숭이였다. 염라대왕은 이 해괴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어이하여 그대는 옷을 입지 않았는고..

불교전설 2012.07.07

세 처녀의 유혹

불교전설강원도편세 처녀의 유혹삼화동·삼화사 신라 서라벌에 진골 출신의 아름다운 세 처녀가 있었다.이들은 집안 어른들끼리 왕래가 잦고 가깝게 지내는 사이었으므로 절친 하게 지냈다. 혼기를 맞은 그녀들이 신랑감을 고를 무렵, 신라와 백제간에 전쟁이 일어났다. 그때 청년 장수 김재량은 전쟁에 나 가 큰 공을 세우고 돌아왔다. 왕궁에서는 김재량을 위해 축하연 을 열었는데 공교롭게도 세 처녀가 모두 이 자리에 참석했다. 김재량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세 처녀를 본 그날부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처녀들 또한 김재량을 사모하는 마음 걷잡을 수 없었다. 그녀들은 각자의 시녀를 통해 연정을 전했다. 김재량은 뛸듯이 기뻐하며, 하나도 아닌 세 처녀를 번갈아가며 만나기 시 작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이 소문은 파다해졌고..

불교전설 2012.07.06

조신의 꿈

불교전설강원도편조신의 꿈양양·낙산사 강원도 명주 땅에 서라벌 세달사의 장사가 있었는데 그곳 관리 인 조신 스님은 20세를 갓 넘긴 젊은 스님이었다. 어느 날 낙산사 관세음보살 앞에 나아가 정진하던 조신 스님은 그만 멍청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염불정 진을 하려 해도 가슴만 뛸 뿐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가 없었다. 스님은 여느 때와 달리 아침 저녁으로 낙산사에 올랐다. 그러나 기도보다는 태수의 딸을 먼발치서나마 바라보는 기쁨이 더 컸다. 그렇게 사흘이 지나던 날. 조신 스님은 낙산사에 다시 왔으나 낭 자의 모습은 보이질 않았다. 기도를 마치고 떠난 것이었다. 침식을 잃을 정도로 사모의 정에 빠진 조신 스님은 그날부터 산사 관음보살님께 낭자와 혼인할 수 있기를 간곡히 기원했다.『관세음보살..

불교전설 2012.07.05

거지 노인과 자장

불교전설강원도편거지 노인과 자장태백산·정암사 세연(世緣)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안 자장울사는 강릉에 수다사를 세우고 그곳에 주석하면서 마지막으로 문수보살을 한번 더 친견 하길 서원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스님은 중국 오대산 북대에서 범어게를 주던 범승을 꿈에 만났다. 『스님 이 밤에 어인 일이십니까? 밖이 어두우니 안으로 드시지 요.』『내일 밝은 날 대송정(지금의 한송정)에서 만납시다.』 놀라 잠에서 깬 자장 스님은 날이 밝자마자 대송정으로 달려가 문수보살을 염했다.『자장 스님, 잘 찾아오셨군요. 소승은 문수보살의 말씀을 전하 기 위해 왔습니다.』 『어떤 말씀이지요?』『태백산 갈반지에서 만나자고 하시더군요.』 『그게 언제쯤인가요?』 『그것은 스님이 선정에 들어 관해 보시면 알 것입니다.』 범승은 작별인..

불교전설 2012.07.04

절벽에 떨어진 호랑이

불교전설강원도편절벽에 떨어진 호랑이동해 호암소 옛날 신라시대였다.지금의 강원도 삼화사에 지혜가 출중한 주 지 스님이 상좌 스님과 함께 수도하고 있었다. 어느 눈 쌓인 겨울날. 저녁 예불을 올리려고 두 스님이 법당으로 향하는데 아리따운 규수와 침모인 듯한 중년 여인이 경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아리따운 규수와 침모인 듯한 중년 여인이 경내로 들어서고 있 었다. 잠시 발길을 멈춘 두 스님은 정중히 합장하며 인사 올리 는 두 여인을 맞았다. 『눈길이 험한 늦은 시각에 어떻게 이리 오셨습니까?』 주지 스님이 묻자 예의범절이 반듯해 보이는 규수가 조용한 어 투로 입을 열었다. 『어머님께서 몹시 편찮으시옵니다. 부처님께 칠일 기도를 올 려 어머님의 빠른 쾌차를 빌고자 합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상좌 스님은 왠지..

불교전설 2012.07.02

오세동자의 오도

불교전설가원원도편오세동자의 오도설악산·오세암 『스님, 속히 고향으로 가 보세요. 어서요.』 설정 스님은 벌떡 일어났다.캄캄한 방 안엔 향내음뿐 아무도 없었다. 스님은 그제서야 정신을 가다듬고 꿈을 꾸었음을 꾸 었음을 깨달았다.「아름다운 오색구름을 타고 와 자꾸 흔들어 깨우던 이는 관 세음보살이었구나.」 이상한 꿈이다 싶어 망설이던 설정 스님은 새벽 예불을 마친 후 고향으로 향했다. 설악산에서 충청도 두메산골까지는 꼬박 사 흘을 밤낮없이 걸어야 했다. 30여 년만에 찾은 고향은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큰댁, 작은댁 등 친척들이 살던 마을은 잡초만 무성할 뿐이었다. 스님은 괴이하다 싶어 어릴 때 살던 집을 찾아갔다.금방이라도 자신의 속명을 부르며 노부모님들이 쫓아 나오실 것만 같은데 인기척이 없었다. 불현듯..

불교전설 2012.07.01

童子僧의 寄智

불교전설강원도편童子僧의 寄智설악산·울산바위 산신령이 금강산을 만들고 있을 때였다. 「어떻게 하면 이 땅에 서 가장 아름다운 산을 만들까」하고 며칠간 궁리하던 신령을 묘안을 하나 얻었다. 1만2천 개의 봉우리를 각각 그 형체가 다르 게 조각하면 훌륭한 모습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금강산에는 그만큼의 바위가 없었다. 그래서 신령은 전국 각지 산에다 큰 바위는 모조리 보내도록 엄명을 내렸다. 큰 바위 들은 모두금강산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이때 경상도 울산 땅 큰 바위도 누구에게 뒤질세라 행장을 차려 금강산 여정에 올랐다. 원래 덩치가 크고 미련한 이 바위는 걸음이 빠르지 못해 진종일 올라왔으나 어둠이 내릴 무렵 지금의 설악산에 당도했다. 날은 저물고 다리도 아프고 몸도 피곤해 더이상 가고 싶지 않았 ..

불교전설 2012.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