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681

인색한 고비(高蜚)의 행동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34화]인색한 고비(高蜚)의 행동 고비는 충주 사람으로서 장사를 해 큰 부자가 되었는데, 부자 가 된 뒤에도 너무나 인색한 행동을 했다. 집안의 모든 양식과 돈을 창고에 넣어 숨기고, 자신이 직접 창고 자물쇠를 잠그고는 그 열쇠를 지니고 다녔다. 그리고 아내와 첩이 있었는데, 매일매 일 먹을 것을 직접 계산해 내어 주고는 조금도 여유 있게 주지 않았다.하루는 고비가 먼 곳에 가서 며칠 지나야 돌아오게 되어 있었 다. 그래서 돌아올 날짜를 정확하게 계산한 다음, 그때까지 아내 와 첩이 먹을 양식만 내놓고 나머지는 모두 창고에 넣어 단단히 잠갔다.고비가 옷을 입고 집을 나서면서 둘러보니, 밀가루 몇 되가 창..

미녀 첩을 얻은 장님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33화]미녀 첩을 얻은 장님 한 장님이 미인 첩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이웃 사람에게 미 녀를 첩으로 구해 달라고 부탁하니 이웃 사람은 웃으면서,"이보게 봉사! 눈으로 보지도 못하면서 얼굴 예쁜 첩이 왜 필 요한가? 얼굴은 못생겨도 잠자리만 잘하면 되었지."하고 놀리며 장님에게 다시 말했다."이 사람아! 재물만 많이 준다면 그야 얼마든지 미인을 얻어 줄 수가 있지. 어때? 돈은 많이 내겠는가?""아, 이 친구야. 미인만 구해 준다면 재물은 달라는 대로 준 다니까 그러네. 미인만 구해 주게나."이웃 사람은 얼굴을 볼 수 없는 장님이 미인을 구해 달라는 말에 하도 우스워서 슬그머니 장난이 치고 싶었다. 그래..

잘라서 간수한 말꼬리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32화]잘라서 간수한 말꼬리 조선 영조(英祖) 임금 때 사람인 구집(具集)은 약간 실성한 사 람처럼 정신이 좀 르릿했다. 그런데 그 아들 구정환(具鼎煥)은 병사(兵使) 자리에 올라 있으면서 부친을 극진히 받들어 섬겼기 때문에, 부친은 아들의 효성에 감동되어 그 아들의 말이라면 무 엇이든지 잘 듣고 따르려 했다.하루는 구 병사가 일이 생겨 멀리 지방으로 출장을 가게 되 어, 그가 평소 타고 다니면서 아끼던 말을 집에 두고 떠나며 부 친에게 이렇게 당부했다."이 말은 소자(小子)가 매우 소중하게 여기는 말입니다. 그리 고 이 말의 꼬리는 특히 아름답고 좋아서 도둑들이 노리고 있습 니다. 혹시 소자가 없는 동..

부친의 명대답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31화]부친의 명대답 한 시골에 아들 형제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 다. 하루는 두 아들이 길을 가다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솔개[鳶] 의 커다란 날갯깃 하나를 발견했다.두 아들은 아직 소견이 덜 들었고, 또 솔개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 형제는 이 신기하게 생긴 깃이 무엇인지 몰라 형과 아우가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며 다투었다. 먼저 아우가 이 렇게 우겼다."이것은 무서운 호랑이의 털임에 틀림없다. 아버지가 그러셨 는데, 호랑이는 무늬가 얼룩덜룩하다고 했어, 이봐, 무늬가 있지 않아? 내 말이 맞아."그러자 형은 아우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렇게 말했다."아니야, 내가 봤는데 산돼..

장부(丈夫)와 수화(手話)한 사신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30화]장부(丈夫)와 수화(手話)한 사신 옛날에 중국 사신 한 사람이 우리 나라에 와서, 조선은 동방 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니 반드시 특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사신이 평양 성중을 지나다가 길가에서 일하는 한 사람을 보 니, 신장이 8,9척이나 되고 긴 수염이 허리의 띠(帶)까지 늘어져 있어 늠름한 장부로 보였다. 사신은 이 남자를 보는 순간 기이한 사람으로 여기고 말을 붙여 보고 싶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그러나 중국 사신은 손짓이나 몸짓 등, 시늉만으로라도 어떻 게든 의사를 소통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곧 사신은 이 장 부를 보고 싱긋..

고치`라는 사람 찾기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29화]`고치`라는 사람 찾기 윤원형이 이조판서일 때, 어떤 사람이 누에고치 200근을 보 내면서 참봉(參奉)을 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윤원형은 얼 마간 시일이 경과되면서 누에고치 보낸 사람의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하루는 뇌물받은 사람들에게 차례로 새 벼슬 자리를 지정해 주면서, 낭관(郎官)을 시켜 불러 주는 대로 이름을 받아적으라고 했다.그런데 윤원형이 비스듬히 누워 이름과 관직 자리를 불러 나 가다가 잠깐 졸음이 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이에 이름과 관직 자리를 받아적고 있던 낭관이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기에 큰소리로 독촉했다."나으리! 다음은 누구인지요? 속히 불러 주..

장기 바둑에 정신을 팔고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28화]장기 바둑에 정신을 팔고 어떤 사람이 장기 두기를 매우 좋아했다. 늘 이웃집에 가서 장기를 두는데, 열중할 때에는 밥먹는 것도 잊고 장기를 두었다. 하루는 역시 이웃집에 가서 장기를 두고 있는데, 집에서 여종이 급히 달려와 고했다."주인 어른! 큰일났습니다. 집에 불이 났으니 속히 오셔야 합 니다. 어서 일어나십시오."이렇게 다급한 목소리로 아뢰는 것이었다. 그런데 여종의 재 촉하는 소리를 들은 이 사람 장기알을 천천히 집어올린 다음 내리쳐 두드리면서,"불! 불이라니 무슨 불? 장이나 받아라, 장이야 장!"하고는 일어설 생각은 않고 계속 장기판만 내려다보고 있었다.또, 한 사람은 시골에 부모를 두..

두 부인의 남편 질투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27화]두 부인의 남편 질투 이준민(李俊民)과 문익성(文益成)은 집안끼리 서로 왕래하면 서 친하게 지냈다. 그리고 두 집 부인들은 모두 질투가 심했는 데, 하루는 문익성 부인이 이준민 부인에게 이렇게 말했다."나는 남편이 외도를 하고 돌아오면 밥을 굶고 물만 마시기 때문에, 남편은 내가 굶어 죽을까 두려워 절대로 여색을 가까이 하지 않는다오."이와 같이 자랑삼아 말하는 것이었다.세월이 흐른 뒤에 이준민이 첩을 두게 되니, 그 부인이 문익 성 부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자신도 그렇게 하여 남편의 외 도를 막아 보려고 결심했다. 그래서 이준민 부인은 정말 밥을 먹 지 않고 물만 마시다가 끝내 굶어 죽고 ..

거울을 처음 본 부부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제6ㅡ26화]거울을 처음 본 부부 깊은 산골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워낙 산골이라 이 지역 사 람들은 아직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번은 이 집 부인이 멀리 친척 집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서울 시장에 가면 보름달같이 둥글게 생긴 `청동경(靑銅鏡)' 이란 것이 있대, 이것을 구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거든."이 말을 들은 산골 부인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남편이 서울에 갈 일이 생겨서 크게 기뻐하 며, 남편이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부인은 `청동경'이란 이름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하늘을 가리키며 그저 말로써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간곡히 부탁했다."여보! 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