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치`라는 사람 찾기

eorks 2019. 9. 30. 05:36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29화]`고치`라는 사람 찾기
윤원형이 이조판서일 때, 어떤 사람이 누에고치 200근을 보 내면서 참봉(參奉)을 시켜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 윤원형은 얼 마간 시일이 경과되면서 누에고치 보낸 사람의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말았다.

하루는 뇌물받은 사람들에게 차례로 새 벼슬 자리를 지정해 주면서, 낭관(郎官)을 시켜 불러 주는 대로 이름을 받아적으라고 했다.

그런데 윤원형이 비스듬히 누워 이름과 관직 자리를 불러 나 가다가 잠깐 졸음이 와서 그만 잠이 들고 말았다. 이에 이름과 관직 자리를 받아적고 있던 낭관이 한참을 기다려도 아무 말이 없기에 큰소리로 독촉했다.

"나으리! 다음은 누구인지요? 속히 불러 주소서."

이 소리에 깜짝 놀라 잠을 깬 윤원형은 엉겁결에 크게 소리를 질렀다.

"뭐? 속히 부르라고? 응, `고치'야. `고치'."

앞에 누에고치 200근을 가지고 온 사람에게 꼭 좋은 자리를 하나 주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자 엉겁결에 `고치'라는 말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이 말을 들은 낭관은 발령장에 `고치'라는 이름을 썼다. 그리 고 나와서 방금 받아적은 대로 사람들을 불러 임명 절차를 밟는 데, 마지막으로 `고치'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아무리 찿아도 본인이 나타나지 않았다.

그래서 낭관은 전국 고을에 지시를 내려 `고치'라는 사람을 찿으라고 하니, 여러 날 만에 먼 시골의 가난한 선비 중에 성이 고씨(高氏)이고 이름이 치(緻)인 사람이 있어 찿게 되었다. 그래 서 이 `고치(高緻)'를 불러 임명장을 주니, 이 선비는 영문을 몰 라 쩔쩔매더라.<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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