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
[제6ㅡ30화]장부(丈夫)와 수화(手話)한 사신
옛날에 중국 사신 한 사람이 우리 나라에 와서, 조선은 동방
예의지국(東方禮義之國)이니 반드시 특이한 재능을 가진 사람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한번 시험해 보기로 했다.
사신이 평양 성중을 지나다가 길가에서 일하는 한 사람을 보
니, 신장이 8,9척이나 되고 긴 수염이 허리의 띠(帶)까지 늘어져
있어 늠름한 장부로 보였다. 사신은 이 남자를 보는 순간 기이한
사람으로 여기고 말을 붙여 보고 싶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나 중국 사신은 손짓이나 몸짓 등, 시늉만으로라도 어떻
게든 의사를 소통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곧 사신은 이 장
부를 보고 싱긋 웃으면서 시늉을 해 보였다.
먼저, 사신이 손가락으로 둥근 모양을 해 보이니, 장부는 그
에 응답해 손가天?네모난 모양을 지어 보였다.
다음은, 세 손가락을 구부려 보이니, 장부는 다섯 손가락을
구부려 응답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세 번째로, 사신이 옷자락을 들어 보이자 장부는 손으
로 입을 가리켜 보였다.
이렇게 하고 나서 중국 사신은 감탄을 금치 못하며 서울에 도
착했다. 그리고 자기를 접대하는 관반(館伴)에게,
"조선이 예의지국이란 말은 맞는 말이다. 내가 평양에서 건
장하게 생긴 한 장부를 시험해 보아 확실히 알 수 있다."
라고 말하고는, 이어서 다음과 같은 설명을 했다.
"내가 `하늘이 둥근 것[天圓]'을 아느냐는 뜻으로 손가락을
둥글게 해 보였더니, 그 장부는 `땅이 모난 것[地方]'도 안다며
손가락으로 네모 모양을 만들어 보였어요. 다음, 하늘과 땅과 사
람, 즉 `삼재(三才)를 알고 있느냐' 하고 손가락을 세 개 구부렸
더니, 그는 `오상(五常: 五倫)까지도 안다'는 뜻으로 손가락을 다
섯 개 구부려 보였답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옛날에는 긴 옷을
입고 인격적인 훌륭한 정치를 했다'는 뜻으로 옷자락을 만지니,
그는 `요사이 같은 말세(末世)에는 말로만 정치한다'는 뜻으로
입을 가리키는 것이었어요. 길가의 천한 장부도 이렇게 유식한
데, 하물며 조선의 사대부 지식인은 어떻게어요? 물어볼 필요
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이렇게 설명하면서 감탄을 금치 못했다.
사신을 접대하는 우리 나라 관원이 이 얘기를 듣고 이상하게
생각했다. 그래서 윗사람에게 보고하고, 평양에 연락해 중국 사
신과 손짓으로 대화한 장부를 찿아서 급히 서울로 올려보내라는
명령을 내리었다.
며칠 후에 이 장부가 서울로 올라왔기에 갼咀맘年?
사신이 손가락으로 둥근 모양을 했을 때, 이 장부가 네모난
모양을 한 것에 대한 대답은 이러했다.
"소인은 늘 네모난 인절병(引切餠) 떡이 먹고 싶은데, 사신이
둥근 절병(切餠) 떡을 먹고 싶냐며 손가락으로 둥글게 해 보이기
에, 그것이 아니라 네모난 떡이라고 대답한 것입니다."
다음으로 사신이 손가락을 세 개 구부렸을 때, 다섯 개의 손
가락을 구부려 보인 까닭에 대해서는 이렇게 대답했다.
"사신이 하루 세 끼 밥을 먹고 싶다고 하기에, 소인은 하루에
다섯 끼 밥이 먹고 싶어서 그랬지요."
그리고 세 번째, 사신이 옷자락을 만질 때 입을 가리킨 것에
대한 대답 역시 매우 걸작이었다.
"사신이, 자기가 걱정하는 것은 옷이라고 하기에, 소인은 옷
보다 먹을 것이 더 걱정이기 때문에 입을 가리켰답니다."
이와 같이 모두 사신의 해석과는 다른 엉뚱한 대답을 했다는
말에 옆에 있던 관원들이 한바탕 크게 웃었다. 그러나 중국 사신
에게는 그 말을 들려주지 않았으므로, 계속 이 장부를 기남자(奇
男子)라고 하면서 예의를 갖추고 존경했다.<조선 중기>
|
......^^백두대간^^........白頭大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