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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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31화]부친의 명대답
한 시골에 아들 형제를 두고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람이 있었
다. 하루는 두 아들이 길을 가다가, 길가에 떨어져 있는 솔개[鳶]
의 커다란 날갯깃 하나를 발견했다.
두 아들은 아직 소견이 덜 들었고, 또 솔개를 가까이에서 본
적이 없었다. 형제는 이 신기하게 생긴 깃이 무엇인지 몰라 형과
아우가 서로 자기 생각이 옳다고 하며 다투었다. 먼저 아우가 이
렇게 우겼다.
"이것은 무서운 호랑이의 털임에 틀림없다. 아버지가 그러셨
는데, 호랑이는 무늬가 얼룩덜룩하다고 했어, 이봐, 무늬가 있지
않아? 내 말이 맞아."
그러자 형은 아우에게 지지 않으려고 이렇게 말했다.
"아니야, 내가 봤는데 산돼지의 털이 이렇게 무늬가 있었어,
내 말이 틀림없이 맞아."
이렇게 다투니 서로 우기면서 하루 종일 결론이 나지 않았다.
형제는 이 깃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와, 부친에게 서로 다툰
얘기를 하고 누구의 말이 맞는지 판결해 달라고 했다.
부친은 솔개의 깃털을 받아쥐고 이리저리 돌리면서 한참을
생각하다가 큰기침을 하고 근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아아, 참 슬픈 일이로다. 내 아들인 너희들이 이렇게도 무식
하니, 내 뒷날이 무척 걱정스럽다. 너희들 나이 20에 가깝도록
이것이 무슨 짐승의 털인지를 몰라서 다투었다니 정말로 통탄스
러운 일이다. 내가 죽고 나면 이 털을 아는 사람이 없을 것 같으
니 그것이 걱정된다."
이렇게 말하고는 한참 동안 먼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가,
"이것은 말이다. `산토끼의 깃[兎羽]'이니라. 잊어버리지 않
게 잘 기억해 두도록 해라."
하고 엄숙하게 말하니, 형제는 머리를 숙이고 부친의 얘기를 귀
담아들으면서 꼭 명심하려 했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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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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