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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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ㅡ33화]미녀 첩을 얻은 장님
한 장님이 미인 첩을 얻고 싶었다. 그래서 이웃 사람에게 미
녀를 첩으로 구해 달라고 부탁하니 이웃 사람은 웃으면서,
"이보게 봉사! 눈으로 보지도 못하면서 얼굴 예쁜 첩이 왜 필
요한가? 얼굴은 못생겨도 잠자리만 잘하면 되었지."
하고 놀리며 장님에게 다시 말했다.
"이 사람아! 재물만 많이 준다면 그야 얼마든지 미인을 얻어
줄 수가 있지. 어때? 돈은 많이 내겠는가?"
"아, 이 친구야. 미인만 구해 준다면 재물은 달라는 대로 준
다니까 그러네. 미인만 구해 주게나."
이웃 사람은 얼굴을 볼 수 없는 장님이 미인을 구해 달라는
말에 하도 우스워서 슬그머니 장난이 치고 싶었다. 그래서 장님
아내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논하여 계책을 꾸몄다.
장님은 어느 날 아내가 외출한 틈을 타서 이웃 사람에게 많은
돈을 주었다. 돈을 받은 이웃 사람은 장님에게 미인과 만날 날짜
를 일러 주고, 그리고 또 이 사실을 장님 아내에게도 연락해 놓
았다.
약속한 날 저녁때, 장님은 좋은 옷을 입고 이웃 사람을 따라
나셨다. 장님 아내도 역시 좋은 옷을 입고 그보다 앞서 달려가,
이웃 사람이 미리 마련해 놓은 집으로 가서 먼저 방에 들어가 기
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도착한 장님은 이웃 사람의 안내에 따라 정중하게 혼
례를 하는 것처럼 재배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장님은 못생긴 자
기 아내하고만 접하다가 새로운 미인을 만났다는 자부심에 가슴
이 부풀어올랐다. 옷을 벗고 누워서는 다른 때 아내에게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기분을 돋우어, 몸을 더듬어 만지고 끌어안고 하면
서 좋아했다.
장님 아내는 남편의 이러한 모습에 슬픈 생각이 들었지만, 그
래도 꾹 참고 아무 말 없이 남편이 하는 대로 따르면서 살피고
있었다.
장님은 아내의 몸을 아래위로 훑어 어루만지면서 감격에 겨
워 이렇게 속삭였다.
"아 참, 오늘이 무슨 밤이기에 내가 이런 미인을 만났는고?
내 아내는 나물국과 현미밥처럼 꺼칠꺼칠한데, 당신은 어찌 이
렇게도 살결이 고운고? 곰의 발바닥과 표범의 아기집같이 부드
럽고 매끄럽구려."
이러면서 좋아하고, 또 미리 준비해 온 선물도 많이 주었다.
그리고 잠자리를 하면서도 특별히 애를 써서 정감을 돋우어 힘
껏 하려고 노력하며, 그 연장도 힘이 더 있어 보였다.
밤을 지새고 이튼날, 아내가 먼저 집으로 돌아와 이불을 쓰고
누워 있으니, 얼마 후에 장님이 허풍을 떨고 거들먹거리면서 들
어왔다.
이에 아내가 소리치면서 물었다.
"여보! 당신 어젯밤 어니에서 잤소?"
"뭐? 잠을 자? 잠잘 시간이 어디 있어! 밤새 재상 집에서 경
을 읽어 주느라 고생만 하고 왔는데......한잠도 못 잤어!"
장님은 도리어 목소리를 높이면서 야단치는 것이었다. 그리
고 이어 장님은 명령하듯 아내에게 말했다.
"그렇게 누워 있지만 말고 일어나요. 어서 나가 따끈하게 술
을 데워서 약을 좀 타서 가지고 와요. 밤새 고생했더니 속이 많
이 불편해요."
이 말에 아내는 너무나 서글퍼지고 자신의 신세가 초라하고
가엾어 슬피 울면서 원망하듯 말했다.
"여보! 당신은 어젯밤에 곰 발바닥이며 표범의 아기집, 또 거
기에 나물국과 현미밥까지 더하여 한데 비벼 너무 많이 맛있게
먹어 창자가 온통 뒤흔들렸으니 배가 안 아프겠어요?"
이러며 남편에게 베개를 집어던졌다.
이 말을 들은 장님은 비로소 이웃 사람과 아내에게 속은 줄
알고, 아무 말도 못하고 드러눕더니 정말 아픈 듯이 끙끙 앓았
다.<조선 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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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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