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거울을 처음 본 부부

eorks 2019. 9. 27. 07:0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다.
[제6ㅡ26화]거울을 처음 본 부부
깊은 산골에 한 부부가 살았는데, 워낙 산골이라 이 지역 사 람들은 아직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한번은 이 집 부인이 멀리 친척 집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서울 시장에 가면 보름달같이 둥글게 생긴 `청동경(靑銅鏡)' 이란 것이 있대, 이것을 구하는 것이 평생 소원이거든."

이 말을 들은 산골 부인은 그것이 어떻게 생겼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그런데 마침 남편이 서울에 갈 일이 생겨서 크게 기뻐하 며, 남편이 서울로 떠나기 전날 밤 부인은 `청동경'이란 이름을 잊어버렸기 때문에 하늘을 가리키며 그저 말로써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간곡히 부탁했다.

"여보! 저 하늘을 보세요. 서울 시장에 가서 저기 저 보름달 과 똑같이 생긴 물건을 사와야 해요. 잘 보고 가세요."

남편이 시골을 떠나 서울까지 가는 동안 7,8일이 걸렸다. 시 장에 가서 아내가 부탁한 물건을 사려고 하늘의 달을 쳐다보니, 그동안에 달은 한쪽이 기울어진 반달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와 같이 생긴 물건을 찿으니, 마침 나무로 만들어진 머리 빗는 얼레빗이 반달과 같이 생겼기에, 그것을 비싼 값을 주 고 사서 잘 간직했다.

남편이 서울에서 여러 가지 일을 보는 동안 많은 시일이 걸 려, 다시 시골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그 다음달 보름이 되었다. 남편은 사온 빗을 아내에게 꺼내 주면서, 서울에서 달을 보고 그 와 같이 생긴 것을 애써 골라 사왔다고 자랑했다.

아내가 빗을 꺼내 보더니 하늘을 가리키면서 화를 냈다.

"여보! 이것이 어찌 저 둥근 보름달과 같아요? 이것은 반 조 각이지 않아요. 둥근 보름달을 보고서도 몰라요?"

"아니 여보! 내가 서울에서 달을 보았을 때는 분명히 이 모양 이었어요. 달도 서울과 시골이 다르나?"

남편이 부인의 말을 듣고 달을 쳐다보니 보름달이기에. 이상 하게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리고 뒤에 남편이 다시 서울에 갔을 때, 그때는 마침 보름 이어서 시장에 가서 보름달과 같은 둥근 물건을 찿으니 거울이 있다고 했다. 돈을 내니 가게 주인이 친절하게 여러 겹으로 잘 싸서 주기에, 남편은 펴보지도 않고 그대로 잘 간수해 가지고 집 으로 돌아왔다.

남편은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거울을 내주었다. 그러나 아 내는 아직 거울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자기 얼굴을 알지 못했다. 따라서 아내가 남편 옆에 나란히 앉아 거울을 들여 다보니, 남편 얼굴이 보이고 그 곁에 예쁘게 생긴 어떤 여자가 하나 앉아 있었다. 그러자 부인은 이 얼굴을 다른 여자로 알고 화를 냈다.

"아니......., 당신은 서울가더니 고운 새 첩을 하나 얻어 왔구 려, 거울을 사오랬지 누가 첩까지 구해 오라 했어요? 고생하며 지금껏 열심히 살아온 나를 버릴 작정으로 첩을 구해 왔어요?" 하고 남편을 꼬집으며 질투했다. 남편이 어이가 없어서 거울을 받아 들여다보니, 아내 옆에 어떤 잘생긴 남자가 하나 앉아 있는 것이었다. 물론 남편도 자기 얼굴을 본 적이 없었으므로 곧 아내 에게 이렇게 말했다.

"여보, 당신은...... 외간 남자를 옆에 끼고 앉아 서방질하면 서 무슨 소리요? 도대체 이 남자를 어디에 숨겨 두었었소?"

부부는 하루 종일 서로 외도(外道)한다며 다투다가, 고을 관 장에게 거울을 가지고 가서 각기 부정한 짓을 했다고 고소했다. 관장이 거울을 받아 자세히 들여다보니, 자기와 같은 복장을 갖 추어 입은 관장이 또 한 사람 앉아 있었다.

관장도 지금까지 거울에 얼굴을 비추어 본 적이 없어서 자신 의 얼굴을 몰랐던 것이다. 관장은 한참 동안 거울 속을 들여다보 며 생각하더니, 무슨 생각이 떠오른 듯 급창을 불러서 이르는 것 이었다.

"얘야! 이미 새로운 관장이 임명되어 여기 도착한 것 같다. 속히 업무를 고대하고 짐을 챙겨 올라갈 준비를 하라."

그리고는 거울을 던지고 일어나 업무를 파하고 떠날 준비를 서두르는 것이었다. 주위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관장이 왜 그 러는지 알지 못하고 당황스러워했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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