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염라대왕의 분부

eorks 2012. 7. 7. 00:10
불교전설 강원도편
염라대왕의 분부
    금강산·명경대
    아주 아득한 옛날, 염라대왕이 명부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살아
    서 지은 죄를 심판하고 있었다. 죄를 많이 지은 사람은 지옥으
    로 보내고, 착한 일을 많이 한 사람은 극락으로 보내는 것이었
    다. 한데 염라대왕 앞에 불려나온 사람들은 한결같이 죄는 조금
    도 짓지 않고 좋은 일만 했다고 자랑을 늘어놨다. 염라대왕은 
    생각다 못해 사람의 한 평생을 환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거울을 
    만들었다. 누구든 그 거울 앞에 서기만 하면 사실 여부가 드러
    나게 마련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비구니 스님이 염라대왕 앞에 서게 됐다. 
    그런데 이사하게도 그 스님은 옷을 입지 않은 발가숭이였다. 
    염라대왕은 이 해괴한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며 호통을 쳤다.
    『어이하여 그대는 옷을 입지 않았는고?』
    『…….』
    고개를 떨군 채 묵묵히 염주만 굴릴 뿐 스님은 말이 없었다.
    『어찌하여 옷을 벗었느냐 말이다.』
    염라대왕이 다시소리를 치자 스님은 조용히 고개를 들어 입을 
    열었다.
    『아뢰옵기 부끄럽사오나 소승은 평생 게으른 탓으로 몸 가릴 
    옷 한벌 없이 예까지 왔습니다.』
    『게을러서?… 아무래도 무슨 사연이 있는 게로구나. 여봐라 
    판관! 게 있느냐.』
    『예-.』
    『저 여승에게 필시 무슨 곡절이 있을 것 같으니 거울 앞에 나
    서게 하여 잘 살펴보도록 해라.』
    비구니 스님은 시키는 대로 거울 앞에 섰다.
    이때 거울 속에서는 세찬 눈보라가 일고 왠 거지 여인의 속살
    이 드러난 낡은 옷ㅇ르 걸친 채 강추위에 몸둘 바를 몰라했다.
    이를 발견한 비구니 스님은 자신의 승복을 벗어 주면서 기운을 
    차리도록 격려했다.
    『스님,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 어떻게 갚아야 좋을는지요.』
    여인은 흐느끼며 고마워했다.
    이 광경을 본 염라대왕은 기분이 흡족하여 껄껄 웃었다.
    『허허 그러면 그렇지. 승려의 몸으로 곡절없이 옷을 벗었을 리
    가 있겠느냐. 여봐라, 엄동설한에 떠는 걸인에게 자신의 옷마저 
    벗어준 이 여승은 극락으로 드실 분이니 비단옷을 내어드리고 
    풍악을 올려 길을 안내토록 해라.』
    『예이-.』
    이렇게 해서 발가벗은 비구니 스님은 비단옷을 입고풍악이 울
    리는 가운데 극락으로 들어갔따.
    이 일이 있은 지 며칠 후. 열두 사자는 지금의 고성인 안창 땅
    에서 이름난 부자 하나를 염라대왕 앞에 불러왔다.
    『네가 그 유명한 안창 땅 부자렷다.』
    『그러하옵니다.』
    『그래 네 평생 좋은 일은 얼마나 했으며, 무슨 죄를 지었는지 
    상세히 일러보아라.』
    『제 평생 죄라고는 털끝 만큼도 지은 일이 없사옵고, 좋은 일
    이야 어찌 말로 다할 수 있겠습니까.』
    『허허 그래? 그럼 어디 너의 선행을 들어보자.』
    『헤헤, 제 인심이 어찌나 후했던지 나라 안 거지들은 모두 제
    집으로 모였습니다. 그 행렬이 20리도 넘게 줄을 섰다면 대왕
    님께서도 가히 짐작하시리라 믿습니다.』
    『네 말에 한치 거짓이 없으렷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짓으로 아뢰겠사옵니까.』
    『판관은 이 부자를 거울 앞에 세우고 그 행적을 살피도록 해라.』
    순간, 거울 속에서는 걸인 두 사람이 굳게 닫힌 대문을 마구 두들
    기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이 못된 부자놈아, 동냥은 못 줄망정 왜 사람을 때리고 문을 잠
    그느냐?』
    『야 이놈아, 동냥을 안 주려면 쪽박이나 내놔라.』
    걸인들은 대문을 발길로 차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부자는 그만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음 괘씸한 놈 같으니라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감히 그런 허
    무맹랑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느냐. 다음 일을 보여줄 테니 꼼짝 
    말고 서 있거라.』
    염라대왕이 노하여 벽력같이 소리를 치자 판관은 분부대로 부
    자`부자를 다시 거울 앞에 세웠다. 거울 속에서는 소와 말들이 
    구슬프게 소리내어 울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저것은 어찌 된 장면이냐?』
    『예, 이것은 이 부자가 소와 말을 부려머을 때만 풀죽을 쑤어 
    먹이고 놀릴 때는 굶겨 놓은 탓으로 저렇게 슬피 울다가 죽은 
    것이옵니다.』
    염라대왕은 화가 나서 사자들에게 명을 내렸다.
    『여봐라, 이놈은 더이상 비춰 볼 것 없이 냉큼 끌어다가 등짝
    에 지옥 도장을 찍어 떨어뜨려라.』
    부자는 뻔뻔스럽게도 억울하다고 발버둥쳤으나 열두 사자들이 
    달려들어 불이 활활 타는 지옥으로 떨어뜨렸다.
    그 후 염라대왕은 「어떻게 하면 인간들에게 죄를 짓지 않도록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를 곰곰히 생각했다.
    사람이 죽으면 심판을 받고, 평생 한 일이 그대로 비치는 거울
    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그래서 염라대왕은 궁리 끝에 신하들을 불러놓고 인간세상에
    다 심판하는 모양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물었
    다.
    판관들도 사자들도 모두 찬성했다.
    『그러면 조선의 명산 금강산에다 심판하는 모양을 바위로 만
    들어 인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줄 것이니라.』
    이리하여 염라대왕은 금강산 장안사 남쪽에 냇물을 만들고, 
    이승에서 저승으로 건너가는 냇물이라 하여 황천강이라 명했다.
    그리고는 그 냇물 위에 앞뒤의 모양이 똑같은 거울 모양의 큰 
    바위를 세웠으니 그 바위가 명경대다. 그 앞에는 염라대왕봉이 
    버티고 서있고 그 옆에는 소머리 모양의 우두봉이 있다. 이는 
    짐승에게도 죄를 짓지 말라는 뜻에서 세웠으며, 그 좌우로 죄인
    봉, 판관봉, 사자봉들이 줄줄이 늘어서 있는데 이 모양이 꼭 심
    판하는 광경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여 누구나 그곳에 가면 마
    음이 엄숙해진다고 한다.
    그리고 금강산 황천강 푸른 물에 씻고 명경대를 비롯 염라대왕
    봉, 우두봉, 죄인봉 등의 바위를 보고 나면 그 사람의 황천길이 
    밝아져 극락에 가게 된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갈 수 없는 땅.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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