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희(黃喜) 정승은 생각이 깊어서 국가적인 큰일에만 관심을 가졌고, 자질구레한 집안일에는 관심이 없었다. 한번은 집에 있 으니 한 여종이 앞에 와서 호소하기를, "대감마님, 같이 일하는 여종이 잘못하는 것을 꾸짖다가 서 로 싸웠습니다. 그런데 그 여종이 자기가 잘했다고 덤벼들어 하 도 억울해 하소연하는 것이옵니다. 좀 야단쳐 주십시요." 라고 말하며 우는 것이었다. 이 모습을 본 황 정승은, "응, 네 말이 옳다. 나가서 일이나 해라." 하고 달래어 내보냈다. 얼마 후, 조금 전의 그 여종과 싸웠다던 상대 여종이 화가 잔 뜩 나서 들어와 이뢰었다. "대감마님은 잘 모르셔서 그러시지만, 사실은 제 잘못이 아 니고 저 여종이 잘못해 싸운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이 말만 들 으시고 옳다고 하셨으니, 저는 너무나 억울합니다." 이 말을 들은 황 정승이 또한 말했다. "네 말도 옳으니 울지 말고 나가서 일을 해라." 옆에서 이러한 황 정승의 처사를 보고 있던 조카가 앞으로 나 와 따지듯이 목소리를 높혔다. "숙부님, 두 사람이 싸웠으니 한쪽이 옳으면 한쪽이 그른 것 인데, 어찌 양쪽이 모두 옳다고 하십니까?" 이 말에 황 정승은 조카를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응, 네 말 또한 역시 옳은 말이다." 이러고, 끝내 분명하게 따지려 하지 않았다.<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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