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명시

박재삼(朴在森)님의 詩

eorks 2007. 5. 17. 00:04
박재삼(朴在森)님의

    1.<밤바다에서> 누님의 치맛살 곁에 앉아 누님의 슬픔을 나누지 못하는 심심한 때는 골목을 빠져나와 바닷가에 서자 비로소 가슴 울렁이고 눈에 눈물 어리어 차라리 저 달빛 받아 반짝이는 밤바다의 質定할 수 없는 괴로운 꽃비늘을 닮아야 하리. 天下에 많은 할말이, 天下의 많은 별들의 반짝임처럼 바다의 밤물결되어 찬란해야 하리. 아니 아파야 아파야 하리. 이윽고 누님은 섬이 떠 있듯이 그렇게 잠들리. 그때 나는 섬가에 부딪치는 물결처럼 누님의 치맛살에 얼굴을 묻고 가늘고 먼 울음을 울음을 울음 울리라. ------------------------------------------ 2.-추억(追憶)에서 진주(晋州) 장터 생어물(漁物)전에는 바닷밑이 깔리는 해 다 진 어스름을, 울엄매의 장사 끝에 남은 고기 몇 마리의 빛 발(發)하는 눈깔들이 속절없이 은전(銀錢)만큼 손 안 닿는 한(恨)이던가 울엄매야 울엄매, 별밭은 또 그리 멀리 우리 오누이의 머리 맞댄 골방 안 되어 손시리게 떨던가 손시리게 떨던가, 진주 남강(晋州南江) 맑다 해도 오명 가명 신새벽이나 별빛에 보는 것을, 울엄매의 마음은 어떠했을꼬, 달빛 받은 옹기전의 옹기들같이 말없이 글썽이고 반짝이던 것인가. ------------------------------------------ 3.-울음이 타는 가을 강(江)-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 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 물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4.<흥부 부부상> 흥부 부부가 박덩이를 사이 하고 가르기 전에 건넨 웃음살을 헤아려 보라. 금이 문제리. 황금 벼이삭이 문제리. 웃음의 물살이 반짝이며 정갈하던 그것이 확실히 문제다. 없는 떡방아 소리도 있는 듯이 들어 내고 손발 닿는 처지끼리 같이 웃어 비추던 거울면들아. 웃다가 서로 불쌍해 서로 구슬을 나누었으리. 그러다 금시 절로 면에 온 구슬까지를 서로 부끄리며 먼 물살이 가다가 소스라쳐 반짝이듯 서로 소스라쳐 본웃음 물살을 지었다고 헤아려 보라. 그것은 확실히 문제다. --------------------------------------- 박재삼 : (朴在森, 1933~ ). 일본에서 태어나 삼천포에서 성장. 고려대학교 국문학과 수료. 1953년 <문예>지에 '강물에서' 가 추천되고 1955년 <현대문학>지에 '섭리'가 실리면서 등 단했다. <60년대 사화집> 동인이었으며, 한(恨)의 정서를 노래함으로써 전통적 서정시를 계승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집으로는 <춘향이 마음>(19620),<햇빛 속에서>(1970), <천년의 바람>(1973),<어린 것들 옆에서>(1976) 등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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