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장율사와 금개구리 영축산·자장암
양산 통도사 산내 암자인 자장암 법당 뒤 절벽 바위에는 1천4백
년 전부터 금개구리가 살고 있다고 전한다. 요즘도 자장암에서
정성들여 기도를 잘하면 볼 수 있다는 이 금개구리는 자장율사
가 통도사를 세우기 전, 석벽 아래 움집을 짓고 수도하고 있을
때 나타났다.
어느 날 저녁 자장율사는 공양미를 씻으러 암벽 아래 석간수가
흘러나오는 옹달샘으로 나갔다. 바가지로 막 샘물을 뜨려던 스
님은 잠시 손을 멈췄다.
『웬 이럴 수가. 아니 그래 어디 가서 못 놀아서 하필이면 부처
님 계신 절집 샘물을 흐려놓는고.』
스님은 샘에서 흙탕물을 일으키며 놀고 있는 개구리 한 쌍을
두 손으로 건져 근처 숲속으로 옮겨 놓았다.
다음날 아침. 샘가로 나간 자장 스님은 개구리 두 마리가 다시
와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허참, 그 녀석들 말을 안 듣는구먼.』
스님은 다시 오지 못하도록 이번에는 아주 멀리 갖다 버리고
왔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다음날에도 개구리는 또 와서 놀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상한 일이로구나.』
스님이 개구리를 자세히 살펴보니 여느 개구리와는 달리 입과
눈가에는 금줄이 선명했고 등에는 거북 모양의 무늬가 있었다.
『불연이 있는 개구리로구나.』
자장율사는 개구리를 샘에서 살도록 그냥 놔 두었다.
어느덧 겨울이 왔다. 자장율사는 겨울잠을 자러 갈 줄 알았던
개구리가 눈이 오고 얼음이 얼어도 늘 샘물 속에서 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거 안되겠구나. 살 곳을 마련해 줘야지.』
스님은 절 뒤 깎아 세운 듯한 암벽을 손가락으로 찔러 큰 손가
락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뚫고 그 안에 개구리를 넣어 주었다.
『언제까지나 죽지 말고 영원토록 이곳에 살면서 자장암을 지
켜다오.』
스님은 이렇듯 불가사의한 수기를 내리고는 개구리를 「금와」
라고 이름했다.
그 뒤 통도사 스님들은 이 개구리를 금와보살, 바위를 금와석
굴이라 불렀다.
금와석굴은 말이 석굴이지 지름이 1.5∼2cm에 깊이 10cm 정도
의 바위 구멍이다.
그 속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어 있는데 개구리 같기도 하고 큰
벌 같기도 한 것이 살고 있다고 한다.
자장율사의 수기를 받아 오늘까지 살아온다고 전해지는 이 금
와보살은 통도사 내에 길조가 생길 때면 나타난다고 한다.
고 경봉 스님이 10세 되던 해였다. 당시 80여 세이신 용익 스님
은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좋은 종이에 탁본하여 모실 수 있기를
발원했다. 용익 스님은 통도사 큰법당에서 백일기도를 올렸다.
기도 끝나기 3일 전, 금와보살이 큰법당 탁상 위에 나타났다.
용익 스님은 금개구리를 보는 순간 불사가 원만성취될 것이라
는 확신을 갖고 부처님께 감사드리며 남은 3일간 철야정진을
했다. 기도가 끝나고 며칠 안되어 시주자가 나타나 팔만대장
경 3권을 책으로 묶어 통도·해인·송광사에 1부씩 보관하게 됐
다고 한다.
얼마 전 태응 스님은 자장암 법당 증축불사를 위해 기도를 올리
다가 개구리소리를 들었다. 이상히 여긴 스님이 「관세음보살」
을 외우면서 계속 기도를 하다 보니 부처님 옆 탁자 위에 회색
바탕의 몸에 다리가 붉은 금개구리가 기어나와 있었다.
스님은 그 후 사철 동안 굴 속을 들여다보면서 금개구리를 자
세히 살폈다. 초봄의 금개구리는 자연석 같은 회색 바탕에 등
에는 검은 점이 있고 발끝에는 둥글둥글한 구슬이 달려 있었
다. 금테 같은 선을 두른 입은 마치 두꺼비 입을 닮았다. 여름
이 되니 몸이 파랗게 변하면서 검음 점이 많이 보이다가 장마
가 지자 다시 초봄의 색으로 변하더라는 것이다. 여름 더위가
심할 때는 몸 색이 누렇게 변하고 겨울이면 벌처럼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일기와 계절에 따라 변하는 금개구리는 먹이가 무엇이
며 언제 밖으로 나오는지 아무도 알 수가 없었다.
궁금히 여긴 자장암 스님들은 어느 날 밤낮없이 교대로 석굴을
지켜봤다.
영축산에 어둠이 깃드니 금개구리 두 마리는 밖으로 나와 석굴
이 있는 절벽 바위 위로 올라갔다. 그 속도가 얼마나 빨랐던지
순식간에 4∼5m를 뛰어올랐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굴 속으로 다시 들어갔는지 본 사람이 없는데 스님
들은 아마 새벽 2∼3시경인 듯 싶다고 추측하고 있다.
여름철 바위가 태양열에 파열되어 뜨겁기가 달구어진 무쇠솥
같아도 금개구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뛰
어다닌다고 한다.
옛날 어떤 관리가 금개구리 이야기를 듣고 자장암을 찾았다.
『이 절에 금개구리가 있다면서요?』
『예, 있습니다. 자장율사 이후 한 번도 산문 밖을 나간 일이 없
이 자장암을 지키면서 석굴 속에 살고 있지요.』
스님이 금개구리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자 관리는 믿으려 하지
않았다.
『내 그 개구리를 잡아 시험을 해볼 것이오.』
『아니됩니다. 그 개구리는 불연이 깊은 불가사의한 생물입니
다.』
그러나 그 관리는 스님의 만류를 뿌리치고 개구리를 잡아 함
속에 넣어 밀폐한 뒤 산문을 나와 함을 열어보았다.
그러나 이게 웬일인가. 분명히 잡아 넣은 개구리는 보이지 않
고 함은 비어 있었다.
그 후 전하는 말에 의하면 그 금개구리들ㅇ느 자장율사의 신
통력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통도사 자장암을 참배하는 불자들은 으레 금와보살을
친견하려 한다. 그러나 신심이 돈독한 사람에게만 보이므로
친견 못하고 돌아서는 불자들이 더 많다고 한다.
금개구리 친견으로 자신의 신심을 한 번쯤 측량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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