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전설

호랑이 처녀의 비련

eorks 2012. 5. 15. 00:08

불교전설 경상도편
호랑이 처녀의 비련
    경주·호원사 신라 38대 원성왕 8년(792) 사월 초파일. 청년 김 현은 영험 있 기로 소문난 흥륜사 앞뜰 5층탑에서 밤이 깊도록 탑돌이를 하 고 있었다.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얼마 동안 탑을 돌다가 기도를 마치고 막 돌아가려던 김 현은 걸음을 멈칫했다. 『아니, 이 밤에….』 뒤를 돌아다본 김 현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리따운 여인이 자기 뒤를 좇아 탑돌이를 하는 것이었다. 성 안에서 처음 보는 미녀였다. 김 현은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었으나 그 모습이 어찌나 근엄하고 정결했던지 감히 접근하지 못했 다. 『음, 내일밤 다시 와야지.』 다음날 밤, 삼경의 인경이 울리자 김 현은 흥륜사 경내로 들어 섰다. 그녀는 벌서부터 탑돌이를 하고 있었다. 김 현도 따라서 돌기 시작했다 .그는 기도보다는 낭자의 뒷모습에 온 정신을 다 팔고 있었다. 얼마 후 그녀가 삼배를 올리고 탑을 뜨려 하자 김 현은 급히 쫓아갔다. 『낭자.』 『…….』 『실례지만 나는 성안에 사는 김 현이라는 사람이오. 낭자는 뉘 시길래 밤마다 탑돌이를 하시는지….』 『아사미라 하옵니다.』 여인은 방긋 웃으며 이름만을 말하고는 그냥 발길을 옮겼다. 『낭자-.』 김 현은 여인의 팔을 잡고 그녀를 똑바로 보았다. 『낭자, 나는 어젯밤 낭자를 본 순간부터 지금까지 낭자 생각으 로 가득하오.』 그는 다시 목청을 가다듬어 말을 이었다. 『한번 얼굴을 보는 것도 인연인데, 이는 필시 하늘이 준 연분 인가 보오. 낭자 사랑하오.』 『이 몸은 낭군님 뜻을 받아들일 수 없는 몸이옵니다.』 『그대가 아무리 피하려 해도 나는 오늘 그대를 따라가리다.』 『아니 되옵니다. 소녀의 집은 가난하고 병석에 누운 어머니 가 계셔 모실 곳이 못 되옵니다.』 『낭자, 내 마음을 거절하지 마시오. 낭자.』 아사미는 어느새 김 현의 넓은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이리하여 산을 몇 구비 돌아, 삼경이 넘어 조그만 촌막에 이르 렀다. 『낭군님, 잠깐 계시와요. 안에 들어가 어머님께 말씀드리고 나오겠어요.』 잠시 후 방문이 방긋이 열리며 소녀가 나왔다. 뒤에는 그녀의 어머니인 듯한 노파가 밖을 내다본다. 『낭군님, 소녀의 어미예요.』 『갑자기 찾아와 실례가 많습니다. 낭자의 고운 자태에 그만 불 문곡직하고 찾아왔습니다.』 『이왕 오셨으니 안으로 모셔야겠으나 성질이 포악한 아사미의 세오라비가 곧 돌아와 해칠지 모르니 어서 몸을 피하시지요.』 노파는 근심스런 표정이었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호랑이의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들려오니 아사미는 그만 질겁을 했다. 『에그머니…. 낭군님, 어서 몸을 피하십시오.』 그녀는 김 현을 헛간에 숨겼다. 『어머니, 다녀왔습니다.』 『앗-』 헛간 문틈으로 밖을 내다보던 김 현은 자기도 모르게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초막 앞에는 남자가 아닌 커다란 호랑이 세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지 않은가. 「저놈들이 사람 냄새를 맡고 있구나. 이거 야단났네.」 그때 소녀의 음성이 들렸다. 『안돼요, 그쪽으로 가면….』 소녀는 호랑이 앞을 가로막았다. 『제발, 사람은 없으니까 방에 들어가 쉬세요.』 호랑이 세 마리는 방으로 들어갔다. 이런 해괴한 광경을 숨어서 본 김 현은 망연자실할 수밖에 없었다. 밤이 깊었다. 김 현이 인 기척에 놀라 눈을 떠 보니 소녀가 옆에 와 있었다. 『오ㅡ 낭자-.』 『낭군님.』 두 사람은 그밤을 함께 지냈다. 날이 훤히 밝자 소녀는 살며시 일어나 문 밖으로 나갔다. 그러나 뜻밖에도 호랑이 세 마리가 문앞에 도사리고 앉아 소녀를 해칠 듯했다. 김 현은 그만, 『앗!』소리를 치며 헛간 밖으로 나와 소녀를 등뒤로 감췄다. 호랑이는 적을 만난 듯 몸을 일으키더니 산이 울릴 듯 큰소리로 울었다. 김 현은 사시나무 떨 듯 떨고 있을 뿐 속수무책이었다. 이때 갑자기 어디선가 위엄스런 음성이 들려왔다. 『이놈들, 삼배야(호랑이 형제 이름). 내가 너의 형제를 세상에 내보낼 때 산중을 평정하라고 했거늘, 어찌 포악과 횡포를 일삼 고 있느냐. 벌받아 마땅한 일이니 어서 석 물러가거라.』 추상 같은 이 호령에 호랑이들은 어깨가 떨어뜨리고 어디론지 사라져 버렸다. 이 광경에 아연했던 김 현은 얼마만에 정신을 차려 소녀에게 입을 열었다. 『낭자,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오?』 『아무것도 묻지 마세요. 낭군님은 어서 돌아가십시오.』 김 현은 구슬피 우는 소녀를 달래다가 후일을 기약하고 성안으 로 돌아갔다. 다음날 성중은 발칵 뒤집혔다. 큰 호랑이 한 마리가 성안에 나 타나 사람과 가축을 해쳐 인심이 흉흉해졌다. 큰 변괴가 날 거 라는 유언비어가 떠돌자 경주부중에선 「호랑이를 잡는 사람 에게 벼슬과 상금을 후하게 내린다」는 방을 붙였다. 김 현은 급히 말을 몰아 아사미의 초막으로 달려갔다. 『낭자-.』 『….』 『낭자-.』 몇 번인가 급히 부르자 방문이 열리고 소녀가 나왔다. 『어머나, 낭군님.』 소녀는 근심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낭군님, 소녀는 죄 많은 계집입니다. 어서 소녀를 죽이시고 벼슬과 상을 받으십시오. 소녀 하룻밤 낭군님 정을 받은 몸이 니, 낭군님 위해 죽으렵니다.』 말을 마친 소녀는 갑자기 김 현의 칼을 뽑아 자기의 배를 찌 르고 쓰러졌다. 『낭자-.』 쓰러진 소녀는 큰 호랑이로 변했다. 『아니…? 이게 무슨 변인고.』 순간 김 현은 전후 사정을 알 수 있었다. 소녀는 호랑이가 둔갑 한 것이요, 오빠의 죄를 대신해서 자신을 찔러 목숨을 끊음으 로써 김 현에게 벼슬을 받게 한 것이었다. 김 현은 영웅으로 받 들어지고 큰 벼슬을 받았다. 그 후 김 현은 호랑이의 원을 풀어 주기 위해 절을 세우고 큰 재를 지냈다. 그 절이 바로 경주에 있던 호원사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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