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비가 재취(再娶) 장가를 들었다. 나이가 이미 여든이어서 수염
과 머리칼이 다 희었다. 이 꼴을 본 장인 영감은 크게 놀랐다.
그 이튿날이었다. 장인은 신랑에게,
『신랑의 나이가 몇이라지?』
하고 묻는 것이었다. 신랑은 서슴지 않고,
『스물이 넷이랍니다.』
하고 말소리가 겨우 들릴 만큼 하였다. 장인은,
『스물 네 살 되는 청년이 어지 이리 늙었는가? 참 엉터리로군.』
하고 화를 벌컥 내는 것이었다. 신랑은,
『그러면 마흔이 둘이랍니다.』
하고 이미 흐린 말을 짓는 것이었다. 장인은,
『마흔 둘, 그것 역시 참된 아니구료.』
하고 굳이 따지는 것이었다. 신랑은,
『그러면 사면이 다 스물이랍니다.』
하고 똑똑히 말하였다. 장인은,
『그럼 여든이로군. 뜻밖에 신랑의 나이가 나보다 높군그려. 내가 처
음 물었을 제, 어찌 바로 대지 않고 두 차례나 회피하였단 말이오?』
하고 따졌더니 신랑은,
『내 애당초부터 실토하였으나 영감께서 잘 알아 듣지 못한 탓이지요.
마흔이 둘이면 여든이요, 스물이 넷도 여든 되지 않아요. 내 나이 비록
늙었지마는 아내가 잘 보양(補陽)을 하면 이해 안에 잘 부지(扶支)할
것이오.』
하고 자신이 만만함을 과시하는 것이었다. 때는 이미 그 해 섣달이 끝
나는 작은 그믐날이었다. 이 이야기를 들은 자 모두 허리를 잡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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