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한 번 방귀가 효험 있다

eorks 2018. 7. 19. 03:57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은 유머였다.
[제1ㅡ14화]한 번 방귀가 효험 있다
조선 선조 때 이씨 성을 가진 선비가 함경도 평사(評事)에 임 명되었는데, 이씨는 본래 술을 마시면 술 주정을 심하게 하는 성 격이었다.

부임하기 직전에 축하 겸 전송의 술자리가 벌어졌는데, 당사 자인 이씨 선비 자신이 많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추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곧 한 지체 높은 재상 앞에서 인사불성이 되어 욕설을 퍼붓고 덤벼들어 주먹질을 하면서 술 주정을 했다.

이런 일이 있게 되니 이튼날 곧 조정 관리들에게 이 사실이 알려졌고, 그래서 이씨 선비의 함경도 평사 임명은 취소되었으 며 관직에서도 쫓겨나고 말았다.

그 대신 권씨(權氏) 성을 가진 선비가 급히 함경도 평사에 임 명되어 부임했다. 그런데 권씨 선비가 부임한 지 3일 만에 함경 도에 이시애(李施愛)의 난이 일어났고, 평사 권씨는 반란군에 의 해 목숨을 잃었다.

이 일이 알려지니, 앞서 술 주정을 해 임명이 취소되었던 이 씨 선비는 그 술 주정 때문에 목숨을 건진 결과가 되었다. 그래 서 이씨 선비를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집으로 몰려와 축하하 면서 말했다.

"당신은 술 주정 덕을 단단히 보았구려. 술에 취하지 않았더 라면 평사 직위에서 쫓겨나지 않았을 테고, 그랬으면 목숨을 잃 을 뻔했지 않소? 정말 술 덕을 톡톡히 본 셈이네그려."

모두들 이렇게 축하하며 기뻐하니, 옆에서 웃지 않고 잠자코 있던 권개(權愷)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그렇긴 해도 그 일은 한 번으로 족(足)하고, 두 번 해서는 결 코 안 되는 일일세. 내 좋은 옛날얘기를 한 가지 하지."
하고는, 엄숙한 표정을 지으며 다음과 같은 얘기를 했다.

옛날 옛적에 한 귀한 집안의 부인이 있었는데 등에 종기가 크 게 났다. 의원이 와서 진맥한 다음에, 침으로 그 종기를 헤쳐서 고름을 짜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부인에게,

"부인, 아프셔도 이를 악물고 잠시 동안만 꾹 참고 견디셔야 합니다."

하고 단단히 다짐을 주었다. 그런 다음 의원은 부인을 엎드려 눕 히고 침으로 종기를 찔러 헤쳤다.

이 때 부인은 너무 아파서 이를 악물고 전신에 힘을 주며 견 디다가, 그만 워낙 힘을 주는 바람에 크게 방귀를 뀌고 말았다.
이에 부인이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하니, 곧 의원은 부인의 부 끄러움을 덜어 주느라고 잠시 멈추고는,

"이런 병에는 방귀가 매우 좋은 약이 된다고 약방문(藥方文) 에 나와 있습니다. 부인은 방귀를 참 잘 뀌셨습니다."
하고 거짓말로 위로해 주었다. 그런데 부인은 이 말을 참말로 알 아들었다.

의원이 부인의 마음을 살피니 약간 안심하는 것 같기에, 다시 침을 찔러 종기를 더 헤쳐 깊은 곳의 고름을 짜내니, 부인은 아 품을 참다못해 소리를 지르고는 그만 방귀를 다시 여러 번 `뿡 뿡' 연발했다.

그러자 의원이 천천히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인, 약방문에 방귀는 한 번 뀌면 효험이 있고, 연속 두세 번 뀌면 오히려 좋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이에 부인은 몸둘 바를 몰라하면서 매우 부끄러워했고, 주위 에서 지켜보고 있던 사람들은 웃음을 참느라 배를 움켜쥐었다.
이야기를 마친 권개는 웃으면서 다시 이렇게 말했다.

"술 주정도 부인의 방귀와 같이 단 한 번은 좋았지만, 다시 하는 것은 매우 좋지 않으니 앞으로 조심해야 하오."

이 말에 모두들 크게 웃고 머리를 끄덕이면서, 그 얘기 속에 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고 하더라.<조선 초기>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