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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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ㅡ19화]그 총각 손이 세 개였나
한 시골 마을에 총각이 살았는데, 그 이웃에 젊은 부부가 이
사를 왔다. 그런데 이사온 집 부인이 너무나 곱고 예뻐서 총각은
그만 한눈에 반해 흠모하게 되었다.
"내 어느 때고 반드시 저 부인을 정복하고야 말 것이다."
총각은 이렇게 작정하고 기회를 노리고 있었는데, 마침 그 기
회가 다가왔다.
하루는 부인의 남편이 멀리 친척 집 잔치에 가서 며칠 지나야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총각은 이 기회를 놓치
지 않으려고 마음먹었다. 부인의 남편이 떠난 날 밤, 총각은 놀
러 가는 것처럼 해 부인이 혼자 있는 그 집으로 갔다.
총각과 부인은 평소에도 서로 만나면 인사를 하고 지내던 사
이였으므로, 부인도 별 생각 없이 총각을 방으로 들어오게 하여
앉아서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총각은 밤이 깊도록 얘기하다가 그만 피곤해 잠이 든
체하며 누워서 코를 골았다. 부인이 억지로 깨울 생각을 하지 않
고 그대로 두고 있는데, 밤이 깊어진 뒤에 총각이 몸부림을 치는
척하며 부인의 무릎에 손을 얹었다. 부인이 그 손을 잡아 치우려
고 할 때, 총각은 재빨리 부인의 손을 잡고 일어나 등잔불을 불
어 꺼버렸다.
그리고 나서 총각은 부인을 끌어안으며 그 귀에 대고 다정하
게 속삭였다.
"부인! 평소에 내가 부括?흠모하고 있는 것을 눈치채고 있
었지요? 내 부인과 사랑을 나누고 싶어서 병이 날 지경이었습니
다. 그래서 오늘 부인 댁으로 온 것이니 나와 사랑을 나누도록
하십시다."
이렇게 말하면서 부인의 저고리를 벗기려 하니, 부인은 아무
말 없이 떨면서 옷고름을 움켜쥐고 놓아주지 않았다. 부인은 특
별히 강하게 발버둥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순순히 응
하려 들지도 않았다.
그래서 총각은 어둠 속에서 부인의 두 손을 모아 한 손에 쥐
고 꼼짝 못하게 한 다음 옷을 모두 벗겨 버렸다. 그랬더니 부인
은 몸을 웅크리고 있을 뿐 크게 반항하지는 않았다. 곧 총각이
부인을 밀어 눕히고 그 위에 엎드리니, 어렵지 않게 속살이 맞닿
으면서 기대했던 욕망을 마음껏 채우고 흐뭇하게 끝냈다.
이튼날, 부인은 평소에 이웃집 총각이 싫지는 않았지만, 그래
도 앞날이 걱정되었다. 총각의 말을 들어 보아서는 계속해서 통
정을 요구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고, 또 남편이 알았을 때의 일
에 대해서도 걱정되었다. 그래서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관가로 달려가서 이웃집 총각이
자기를 강제로 음행했다고 고발했다.
관장이 두 사람을 불러들여 먼저 부인에게 물었다.
"여인은 듣거라! 저 총각이 강제로 너에게 위협을 가할 때,
왜 저항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서 응했느냐? 저항했다면 어디
에 상처가 있을 것이 아니냐? 또 왜 소리도 지르지 않았느냐? 상
처도 없고 아무도 네 소리치는 것을 듣지 못했으니, 이런 점을
미루어 볼 때 강간이 아니라 서로 좋아서 한 일로 생각되는구나.
바른대로 아뢰어라."
이에 대해 부인은 다음과 같이 아뢰었다.
"예, 관장 나으리! 바른대로 아뢰겠습니다. 저 총각은 기운이
매우 셉니다. 한 손으로는 소인의 두 손을 합쳐서 잡고, 또 한 손
으로는 소인의 입을 막아 소리치지 못하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
른 손으로는 자기의 힘찬 물건을 끄집어내어 소인 몸속에 억지
로 밀어넣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찌 약한 여자로서 저항을
할 수가 있었겠습니까? 이것은 조금도 거짓이 없는 진실이옵니
다. 잘 판단해 주십시오."
부인이 아뢰는 이 말을 듣고 관장은 껄껄 웃으면서,
"여인은 지금 한 말에 조금도 거짓이 없겠지? 다시 한 번 잘
생각해 보아라."
"예, 나으리! 소인이 아뢴 말에는 어떤 거짓도 없사옵니다."
"음 그래? 거짓이 없다고 하니 좋다. 내 너에게 다시 묻겠노
라. 사람의 손은 분명 둘인데, 네 말대로 총각이 한 손으로 네 두
손을 겹쳐 잡았고 또 한 손으로는 네 입을 막고 있었다면, 그렇
다면 총각의 두 손이 모두 쓰이고 없는데 음경을 잡아 네 몸속으
로 밀어넣었다는 그 손은 어디에서 났단 말이냐? 그러면 총각의
손이 셋이란 말이냐? 너는 지금 분명히 거짓말을 하고 있으니
라, 어서 바른대로 아뢰어라."
관장의 이 말에 부인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힘없이 말했다.
"예, 나으리! 용서해 주십시오. 이제 생각해 보니, 총각의 음
경을 잡아서 소인 몸속으로 끌어넣은 것은, 총각의 손이 아니고
소인의 손이었습니다. 당시의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널리 헤아려 주옵소서."
이 말을 들은 관장은 책상을 치면서 크게 웃고 나서 이렇게
판결하였다.
"부인은 듣거라, 어찌 되었거나 그 당시는 네가 좋아서 네 손
으로 끌어넣은 것이 틀림없느니라. 그러니 저 총각에게 죄를 물
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냥 물러들 가거라."
그리하여 부인은 말없이 집으로 돌아왔다.<조선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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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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