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가내하(無可奈何) 옛날에 어떤 사람이 사위를 맞았는데 천성이 몹시 느리고 말이 없는지라 장인이 몹시 답답하게 생각했다. 어느 날 장인이 조용히 사위에게 이르기를, “자네 성품이 지나치게 느리고 과묵하기 그지없으니 길이 그렇다면 어떤 일이든 이룩될 수가 없을 것이네. 사내란 비록 허망한 말이라도 조금씩은 해야지 결코 침묵을 지키 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세.” 하고 경계하니 사위가 “하교가 그러하오시면 이 뒤엔 마땅히 분부대로 거행하겠 습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장인과 사위가 새벽에 들에 나가 김을 매 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사위가 보이지 않았다. 그 때 사위는 처가로 돌아와 급히 장모를 부르더니 “장인께서 방금 호랑이에게 물려 가셨습니다. 저는 바로 뒤쫓아 가 행방을 찾을 것이오니 장모님은 곧 뒤를 따라 오십시오.” 하고는 다시 뛰어 나갔다. 사위는 다시 밭으로 달려가 장인에게 소리치기를 “방금 집에 불이 나서 모두 타 버렸을 분 아니라 장모 또한 불에 타서 돌아가셨기에 급히 달려오는 길입니다.” 하니 장인 또한 사색이 되어 허둥지둥 집으로 달려가다 중도에 서 이들 부부가 서로 만나게 되었다. 죽었다는 사람이 살 아있는지라 두 부부는 우선 뛸 듯이 기뻐하며 서로 그 연 고를 물었다. “방금 사위가 와서 당신이 호랑이에게 물려 갔다기에 이렇 게 황급히 뛰어가는 중이었어요. 도대체 어떻게 죽음을 면 하셨어요?” “허허 그거 참 괴이한 망발일세. 당초에 그런 일이 없었거 늘 사위가 어떻게 된 건가? 난 지금 당신이 불에 타 죽었다 고 사위가 급히 알리기에 이렇게 뛰어오는 길이요.” “아니 집에 불이 난 일조차 없는데 내가 타 죽었다니 이게 무슨 변고지요?” 그때 사위란 녀석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 자 장인 장모가 대노하여 호령을 하자 사위는 태연한 얼굴 을 하고 “며칠 전에 장인께서 지나친 과묵은 불가하며 비록 허망한 말이라도 더러 해야 한다고 분부하시기에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그것 또한 장인께서 가르치신 것이 아닌지요?” 하니 장인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지라 “네 천성이 지나치게 느리고 말이 없어 답답하여 그런 말을 했거늘 이따위 소동을 꾸며 대다니 한심하구나. 이 뒤엔 다 시 침묵을 지키는게 옳네.” “마땅히 분부대로 따르겠습니다.” 사위는 또 그렇게 쉽게 대답하고 며칠이 지났다. 장인이 방에서 식사를 하다가 옷자락에 불이 붙어 이윽고 모두 타는 데도 사위는 잠자코 바라보고만 있자 장인이 “자네는 어이하여 장인의 옷에 불이 붙었는데도 돌부처처 럼 앉아만 있으니 그 무슨 행실인가?” 하고 책망하자 사위 는 “장인어른은 참으로 딱도 하십니다. 말을 해도 책하시고 뛰어도 책하시고 입을 닫아도 책하시고 잠자코 있어도 책 하시니 어느 장단에 춤을 추어야 할 지 머리가 어리럽습니 다.” 하고는 오히려 벌컥 화를 냈다. 그러자 장인이 “이야말로 곧 무가내하(無可奈何= 어찌 할 수가 없다)로구 나!” 하고 개탄하고 다시는 사위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 았다.
  ......^^백두대간^^........白頭大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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