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조용헌 살롱]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

eorks 2023. 6. 6. 04:44

풍수지리(風水地理)

[조용헌 살롱]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
동양학에도 강단동양학(講壇東洋學)과 강호동양학(江湖東洋學)이 있다. 강단동양학은 대학 강단에서 논의되는 동양학이라고 한다면, 강호동양학은 강호의 낭인들과 민초들 사이에서 주로 유통되는 동양학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쉽게 비유한다면 전자는 ‘낮무대’의 동양학이고 후자는 ‘밤무대’의 동양학이다.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이 3대 과목은 우리나라 대학의 커리큘럼에서 빠져 있었다. 서구 대학의 커리큘럼에 없던 과목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70년대 초반 한의학은 대학에 한의학과가 개설되면서 강단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하였다. 학문적 시민권을 받은 셈이다. 현재 한의학과는 가장 인기가 좋은 학과 중 하나이다. 서울대, 포항공대, 심지어는 외국에서 학위를 받은 인재들이 다시 편입하는 학과가 한의학과일 정도이다. 요즘 매스컴에서 연일 강펀치를 날리고 있는 도올 김용옥도 원광대 한의학과를 졸업하였다는 사실이 이러한 경향을 대변한다.

풍수는 80년대 후반 최창조 교수가 등장하면서 학문적 영주권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그동안 사람 현혹시키는 잡술 정도로 여겨지다가, ‘바람과 물에 바탕을 둔 고유의 생태철학’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생태주의자, 건축가, 미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주목받고 있는 중이다. 생태담론에서 빠지지 않고 논의되는 항목이 풍수인 것이다. 하지만 아직 시민권자는 아니다. 영주권이라도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미국에서 영주권만 있어도 취업하는 데는 지장이 없다.

마지막으로 사주는 어떤가. ‘불법체류자’에 해당한다. 불법체류자는 언제 추방될지 모른다. 지하실의 환기도 되지 않는 열악한 작업장에서 저임금에 시달려야 하는 신세이다. 검문검색이 나올 때마다 끊임없이 몸을 숨겨야 하는 처지에 있다.

조선시대 중인들의 과거시험 과목 가운데 포함되었던 명과학(命課學·사주학)은, 해방 후에 변두리로 밀리고 밀리다가 미아리 골목에 정착하게 되었던 것이다. 요즘 문화콘텐츠 분야가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이 한국의 고유한 문화콘텐츠인가? 내가 보기에는 강호동양학의 3대 과목이 한국의 문화콘텐츠이다. 한국사람들의 독특한 정서가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