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몸이 먼저 안다.

eorks 2023. 8. 19. 05:46

풍수지리(風水地理)

몸이 먼저 안다.
남의 집에 초청을 받아 그 집 현관을 들어서면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가구나 물건 등을 통하여 그 집의 첫인상을 가늠하는 수가 많다. 주인의 취향이 은연중에 적용되어 있어서다.

한번은 처가 이유 없이 몸이 쇠약해져 바깥출입을 못하고 매사 짜증 일변도인 것이 아무래도 가상(家相)이 흉한 탓이지 싶다는 가장의 초청을 받았다. 고급 아파트여서 거실이 광장이었는데 첫눈에 남향 베란다에 진열되어 있는 분재(盆栽)들이 눈에 띄었다. 밑둥치만 엄청나게 굵고 키는 두 뼘 남짓하여 보기가 민망한 소나무도 그렇고 가지마다 철사를 칭칭 감은 나무들도 마찬가지였다.

연민의 눈길로 분재를 바라보는 줄도 모르고 집주인은 자기 분재 솜씨를 자랑하느라 신이 났다. 자기가 분재에 입문한지는 5년이 채 못 되었지만 철사를 묶는 솜씨는 고수들도 감탄한다느니, 30년도 더 된 저 소나무는 값도 만만치 않다느니 동백나무가 어떻고 회양목이 어떻고 입에 침이 마른다.

거두절미하고 부인의 사주를 보니 목(木)이 기신(忌神)이다. 기신이란 운세의 전개에 흉으로 작용하는 존재로서 사주에 기신이 많다함은 그만큼 살아내기가 힘이 든다는 뜻이 된다. 목이 사주와 상생관계를 이루는 남편은 분재가 신명나는 놀이가 되겠지만 상극관계에 놓인 부인은 분재가 적군이나 다름없다.

게다가 가지를 억지로 휘어 철사로 칭칭 감아놓았으니 비록 나무가 입이 없어 비명을 지르지는 못한다 해도 어찌 원심(怨心)이 없겠는가? 안 그래도 상극인 나무의 원심이 부인의 심신을 한층 더 쇠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상극관계인 나무와 부인을 떼어놓는 것이 상책이다.

당분간 비접(避接)을 가도록 하라는 충고를 했고 그 부인은 공기 좋은 시골로 비접을 갔다. 상극관계가 해소되었으니 건강은 회복되었는데 그대로 시골에 눌러 살겠다하여 문제란다. 원래 사주나 풍수를 몰라도 상극이 되면 몸이 먼저 안다. 그러니 집으로 돌아오기 싫겠지!

......^^백두대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