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39. 設宴逐客非人事(설연축객비인사)잔치를 벌이고서 손님을 쫓는 것은 인사가 아니니

eorks 2024. 10. 18. 16:26

39. 設宴逐客非人事(설연축객비인사)
잔치를 벌이고서 손님을 쫓는 것은 인사가 아니니


    오늘도 토굴신세를 면 치 못할 것으로 알았던 김삿갓은 고개 너머 김참봉      댁의 회갑잔치 소식을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지만 거지행색의 그를 그 집
    청지기는 문간에서 내쫓으려 했다.

    할 수 없이 김삿갓은 시를 한 수 휘갈겨서 주인에게 전하라 하고 뒤 돌아
    나오고 있었다.


              잔치를 벌이고서 손님을 쫓는 것은 인사가 아니니
              주인의 인사가 사람답지 못하구나.

              設宴逐客非人事(설연축객비인사)
              主人人事難爲人(주인인사난위인)


    글줄이나 읽은 김참봉은 청지기로부터 시를 받아 보고 항간에 온갖 소문
    이 떠도는 김삿갓이 자기 집에 온 것임을 직감으로 느꼈다.

    그래서 황급히 내려가 결례를 사과하고 노인들이 모인 자리로 안내하여
    주 효를 대접한 후에 시 한 수를 청했다.

    이윽고 김삿갓은 붓을 들어 일필휘지하는데 필적은 장강유수와 같이 활
    달 했으나 그 내용은 너무도 놀라운 것이어서 좌중은 물론, 김창봉과 그
    의 아들 칠형제가 경악하다 못해 분노의 빛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고 있었
    다.


              저기 앉아 있는 저 노인은 사람 같지가 않네

              彼坐老人不似人(피좌노인불사인)


    그러나 김삿갓은 이를 아랑곳 하지 않고 태연자약한 태도로 다음구절을
    써 내려 간다.


              혹여 하늘에서 내려오신 신선이 아니신지?

              疑是天上降神仙(의시천상강신선)


    두 번째 구절을 보고 난 노인들은 모두 제 각기 감탄을 마지않는다.
    起句(기구)를 보고서 지극히 모욕감을 느꼈던 김참봉도 承句(승구)를 보
    고서는 일약 신선으로 둔갑한 바람에 입이 찢어지도록 기뻐했다.

    그러나 김삿갓은 주변의 일희일비를 아는 체 아니하고 轉句(전구)를 다
    음과 같이 써 갈긴다.


              슬하의 일곱 아들은 모두가 도둑놈

              膝下七子皆爲盜(슬하칠자개위도)


    남의 집 귀한 자식들을 모조리 도둑놈으로 몰았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모처럼 환희에 넘쳤던 분위기가 또다시 송두리째 뒤집히고 말았다.
    모두가 불안스런 눈초리로 다음 結句(결구)를 어떻게 맺는가를 숨죽여
    지켜보고 잇었다.


              하늘에서 봉숭아를 훔쳐다가 수연을 올리는구나.

              偸得天桃獻壽宴(투득천도헌수연)

    *하늘에만 있는 이 천도복숭아를 먹으면 2천년을 산다는 전설이 있음.

    김삿갓이 마지막 구절을 휘갈기고 붓을 던지자 좌중에서는 환호성이 터
    졌다.
    사람 같지 않다던 노인은 신선이 되고, 도둑놈이라던 아들들은 모두 효자
    가 되었으니 김삿갓의 글재주야 말로 천변만화를 자유자재로 하는 神技
    (신기)라 아니 할 수 없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