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선비가 집에 여러 명의 여종을 두고 있었는데, 그 여종들
에게 남편이 있건 없건 상관없이 닥치는 대로 자는 방에 들어가
껴안고 재미를 보는 것이었다.
어느 날 밤, 부인이 잠든 틈을 타서 평소처럼 가만히 여종이
자는 방으로 들어갔다. 곤하게 자고 있는 여종의 옷을 벗기고 그
몸 위에 엎드리니, 잠을 깬 여종이 눈을 뜨고 쳐다보면서 선비에
게 말했다.
"주인 어른! 어르신은 하얀 백설기같이 아름답고 고운 살결
의 안방마님을 두고, 우리같이 못생기고 누추하고 더러운 것을
무엇이 좋다고 이렇게 덮치십니까? 참 알 수 없는 일입니다."
이 말을 들은 선비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네 말이 맞다. 그런데 생각해 봐라, 백설기 떡을 먹을
때는 누런 오이김치를 곁들여 먹어야 제 맛이 나지 않느냐? 그
냥 먹을 때보다 훨씬 더 맛이 나거든, 그래서 곁들이는 거야."
이후로 속담에 여종을 `오이김치 종'이라 부르게 되었다.
한 사람이 `오이김치'라는 시를 지어 친구에게 주었는데, 사
람들은 특히 그 끝 구절에 묘미가 있다면서 좋아했다.
우리 집에 담가 놓은 한 항아리 오이김치는,
늙은 부부가 아침저녁 밥먹으며 서로 권한다네.
고기 먹는 자네들은 밑반찬에 알맞겠지만,
흰떡에 곁들인다는 오이김치는 정신을 몽롱하게 하지.
<조선 초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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