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이 유머였다. |
한 선비 집에 종이 있었는데 그 종의 아내가 매우 예뻤다. 주
인 선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몰래 이 종의 아내 방에 들어가
열정을 불태웠으며, 그리고 이 종의 아내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다.
선비가 매우 조심을 했지만 그만 10여 세 된 조카에게 들키고
말았다. 하루는 조카가 선비에게 다음과 같이 물었다.
"삼촌은 여자에 대한 색욕(色慾)과 음식을 먹는 식욕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아니, 너 어린것이 무엇을 안다고 그런 말을 하니?"
선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조카를 이렇게 나무랐다.
"삼촌,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 제 물음에 대한 대답이
나 어서 해보세요."
"뭐? 색욕과 식욕이라고? 그야 사람은 밥을 먹어야 사니까
식욕이 더 중요하겠지, 그렇지 않아?"
삼촌의 대답에 조카는 한참 동안 삼촌을 빤히 쳐다보더니 이
렇게 말했다.
"삼촌, 그렇지 않은 것 같던데요. 제가 삼촌의 하는 일을 살
펴보니 분명 그렇지 않은 것 같아요. 삼촌은 집에서 일하는 종을
더럽다고 하면서도, 그 아내는 사랑하고 좋아해 데리고 자면서
그 몸을 껴안아 입을 맞추고 하지 않아요? 아마도 삼촌은 그 여
자의 남편이 남긴 밥을 먹으라고 하면 더러운 종이 남긴 밥이라
고 절대로 먹지 않겠지요? 종의 아내는 껴안고 좋아하면서 종이
남긴 밥은 더러워하니, 분명히 식욕보다는 색욕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틀림없지요."
"아니 너....어린것이 몰래 이 삼촌이 하는 일을 모두 살펴
보았구나, 네가 그런 것을 어찌 다 아니? 요 못된 것!"
"삼촌, 저도 남녀의 잠자리 정도는 다 알아요."
이후로 선비는 조심하여 종의 아내 방에 들어가지 않더라.
<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 김현룡 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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