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退妓 秋月(퇴기 추월) 김삿갓을 위로하려고 그와 대작하던 퇴기 추월은 늙은 탓인지 술 몇 잔이 들어가자 그만 먼저 취하는 모양이었다. 어딘지 모르게 침울하여 보이는 그였지만 옛날가락이 발동하는지 장구를 두드리며 노래까지 부른다. 목소리가 찢어져 듣기가 거북하건만 어느덧 그녀는 추파까지 보내고 있었 다. 술잔을 거듭할수록 옛 情人 梅花(정잉 매화)생각만 되살아나는 김삿갓은 老妓 秋月(노기 추월)을 상대로 춘정을 발동시킬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그러기에 술이나 마시면서 적당히 얼버무려 응수하다가 다음과 같은 즉흥 시 한 수를 읊었다. 봄은 와서 화창한데 그대 홀로 침울하니 묵은 시름 쌓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