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 자네가 지네 김삿갓이 집을 나섰지만 애초부터 洪城(홍성)으로 가서 어머니를 뵈올 생 각은 아니었다. 자식으로서 당연히 어머니를 찾아뵙는 것이 도리이지만 어머니를 뵙고서 는 차마 다시 방랑길에 오르지 못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집을 나선 그는 마누라와 자식 놈이 금방이라도 쫓아 올 것만 같아 무작정 산길을 달리다 보니 어느덧 날이 저물어 서녘 하늘에 놀이 붉어오고 있었 다. 이제부터 어디로 가야 할 것인가. 강원도와 함경도를 구경하였으니 이번에는 발길을 남쪽으로 돌려 충청, 전 라, 경상도 방면으로 갈 것인가. 아니면 서울을 거쳐 황해, 평안도의 서북쪽으로 갈 것인가를 망설이던 그 는 차마 어머니가 계시는 충청도로 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