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 벽제관을 지나 임진포로 말을 빌려 탔던 아이에게서 조금만 더 가면 碧蹄館(벽제관)이라는 말을 들은 김삿갓은 불현듯 임진왜란의 고사가 머리에 떠올랐다. 宣祖(선조)는 의주까지 피난하면서 명나라에 구원병을 청하였고, 구원병을 몰고 온 李如松(이여송)은 평양과 송도를 차례로 탈환했으나 벽제에서 패하 였다. 승승장구하던 이여송이 벽제에서 혼이 나자 송도로 물러나서 좀처럼 싸우 려 하지 않았다. 지혜롭기로 유명했던 漢陰 李德馨(한음이덕형)이 여러 차례 나가 싸우기를 권유하다가 화가 나서 이여송의 방에 둘려 있는 赤壁圖(적벽도) 병풍에 다음 과 같은 시 한 수를 써 갈겼다. 승부란 한 판의 바둑과 같은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