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 봄은 다시 오건만 原州(원주)에서 驪州(려주), 利川(이천)을 거처 廣州(광주) 땅에 이르렀을 때 는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세상에 속일 수 없는 것이 계절의 감각이어서 엊그제까지도 산길을 걷자면 추위를 느꼈건만 立春(입춘)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언덕길을 올라가려면 등 골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산길을 홀로 걷던 김삿갓은 문득 白樂天(백악천)의 봄에 대한 시를 연상하였 다. 버들은 힘이 없는 듯해도 가지가 움직이고 못에는 물결이 일며 어름이 녹아나네.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봄바람과 봄물이 한꺼번에 오는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