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 다시 방랑길에 가을은 시인의 마음을 까닭 없이 산란하게 만드는 계절이다. 보통 사람 같으면 아무렇지도 않을 가을이건만 시인에게 있어서는 번민의 계절이요, 애상의 계절인 것이다. 「조상에 대한 속죄로 한평생을 방랑객으로 살아가려던 내가 양심을 속여 가 며 가족들과 함께 이렇게 안락하게 살아가고 있어도 좋단 말인가.」 김삿갓은 자기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 보며 술잔만 기울이고 있었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산에 한번 들어가면 돌아오지 못하고 벼슬을 좋아하는 사람은 조정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지 못한다. 山林之士往而不能反(산림지사왕이불능반) 朝廷之士入而不能出(조정지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