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72. 봄은 다시 오건만

eorks 2024. 11. 22. 12:42

72. 봄은 다시 오건만


    原州(원주)에서 驪州(려주), 利川(이천)을 거처 廣州(광주) 땅에 이르렀을 때
    는 어느덧 겨울이 가고 봄이 왔다.

    세상에 속일 수 없는 것이 계절의 감각이어서 엊그제까지도 산길을 걷자면
    추위를 느꼈건만 立春(입춘)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언덕길을 올라가려면 등
    골에 땀이 배이기 시작했다.

    산길을 홀로 걷던 김삿갓은 문득 白樂天(백악천)의 봄에 대한 시를 연상하였
    다.


              버들은 힘이 없는 듯해도 가지가 움직이고
              못에는 물결이 일며 어름이 녹아나네.
              이런 날이 다시 올 줄을 그 누가 알았으랴
              봄바람과 봄물이 한꺼번에 오는구나.

              柳無氣力枝先動(류무기력지선동)
              池有波紋氷盡開(지유파문빙진개)
              今日不知難計會(금일불지난계회)
              春風春水一時來(춘풍춘수일시래)

    산속에서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면 가고 오는 세월의 발자취 소리가 귓가에
    역력히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감흥이 그토록 절실하기에 김삿갓은 자신도 한 수의 시가 없을 수 없었다.

              해마다 해마다 해는 가고 끝없이 가고
              날마다 날마다 날은 오고 끝없이 오네.
              해는 가고 날은 오고 오고 또 가는데
              천시와 인사가 모두 그 속에서 이루어지네.

              年年年去無窮去(년년년거무궁거)
              日日日來不盡來(일일일래부진래)
              年去日來來又去(년거일래래우거)
              天時人事此中催(천시인사차중최)


    이 시는 스물여덟 자 밖에 안 되지만 그 중에 年(년), 日(일), 去(거), 來(래)
    자가 각각 넉 자씩 모두 열여섯 자로 이루어졌으니

    똑 같은 글자를 네 번씩이나 반복해 가면서 天地(천지)의 流轉(류전)을 이토
    록 간단명 료하게 표현한 수법이 얼마나 놀라운가.

    그처럼 김삿갓은 천지에 무르익어 오는 봄빛을 마음껏 완상하며 길을 무 심
    히 걸어오다 보니 三田渡(삼전도;지금의 송파) 길에 大淸皇帝功德碑(대청황
    제공덕비)라는 커다란 비석이 눈에 띠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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