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利川(이천)의 郭風憲(곽풍헌)영감여주 神勒寺를 떠난 김삿갓은 서울을 향하여 가다가 利川의 어느 선비집에서 며칠을 묵었다. 길에서 한 선비를 만나 따라 갔으나 사랑에는 그의 아버지 84세의 노인이 홀로 앉아 있었다.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노인을 만났지만 이토록 장수한 노인을 만나기는 처음이었다. 젊어서는 鄕所職의 하나인 風憲 벼슬까지 했다는 이 노인은 이제는 다리에 힘이 없어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고, 눈이 어둡고 귀가 멀어 잘 보고 듣지도 못했다. 그러면서도 글을 읽던 버릇만은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는 눈으로 黃帝內經(중국의 가장 오래된 의학서)을 읽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오히려 처량하게 보였다.귀가 밝으면 심심풀이로 글 토론이라도 해 보련만 귀가 절벽이니 담화도 잘 나누지 못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