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을 향하던 김삿갓은 원주 고을의 진산인 치악산을 구경하려고 혼자 산길을 걸어오고 있었다.
원주는 形勝(형승)이 뛰어난 곳인지라 산에는 喬木(교목)이 울창하고 저 멀리 산 밑으 로는 蟾江(섬강)의 푸른 물이 유유히 흘러가고 있었다.
그 경치가 얼마나 좋았던지 성종 때 영상을 지낸 문신 尹子雲(윤자운) (호;樂閒齋(악한재) 1416~1478)은 이곳을 지나다가 다음과 같은 시를 읊 었다.
천 년 옛 나라에는 교목이 남아 있고 십 리 긴 강은 고을의 성을 둘렀구나. 千年古國餘喬木(천년고국여교목) 十里長江繞郡城(천리장강요군성)
원주 일대에는 산이 많아서 유명한 절들이 많았다.
鳴鳳山 法泉寺(명봉산법천사)는 徐居正(서거정), 康孝文(강효문), 韓明澮 (한명회) 같은 인물들이 어렸을 때 이곳에 서 공부를 했다고 하여 유명하 거니와, 雉岳山(치악산) 동쪽에 있는 覺林寺(각림사)는 일찍 이 태종이 潛 龍(잠용)시에 이 절에서 글을 읽으며 무술을 연마했다고 하여 유명 해진 절이다.
김삿갓은 다른 절은 못 보더라도 각림사만은 꼭 보고 싶었다.
각림사에 대해서는 고려 말, 조선 초기의 문신 卞季良(변계량)(호:春亭(춘 정)1369~1430) 이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겨놓았기 때문이었다.
치악은 동해에서 이름난 산이요 이 산 사찰 중에는 각림이 으뜸이라 구름 안개 바위 골짜기가 몇 천 년이 되었는고. 지령의 옹위를 받으며 천룡이 모였구나. 雉岳爲山名東海(치악위산명동해) 山之寶刹覺林最(산지보찰각림최) 雲烟巖壑幾千年(운연암학기천년) 地靈擁衛天龍會(지령옹위천용회)
각림사의 곳곳을 돌아보니 과연 경치가 천하의 명승이었다.
김삿갓은 각림사에서 10여 일을 묵다가 원주 고을을 거쳐 한양으로 가려 고 다시 길을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