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의 낙이었다 |
한 노처녀가 혼인이 결정되어 날을 받아 놓으니 너무나 좋았
다. 변소에 가 앉아 용변을 보면서 손가락을 꼽아 하나 둘씩 차
례로 날짜를 짚어, 혼인날에 해당하는 손가락을 높이 들어 쳐다
보면서,
"아이 좋아! 이날이 내 혼인날이다."
하고 기뻐했다. 그러면서 노처녀는 앞에 와 앉아 있는 개에게도
손가락을 들어 보라는 듯이 흔들며 자랑했다.
"이 개야, 너도 봐! 이날이 바로 내 혼인날이란다."
그런데 그 때 마침 개가 입을 크게 벌리고 하품을 하면서,
"아아~이" 하고 소리를 냈다.
이 소리를 들은 처녀는 개를 보고 눈을 흘기며, 다시 손가락
으로 날짜를 짚어 보았다.
"뭐 어찌? 너 `아아~이'라고 했어? 네가 무엇을 안다고 아니
라고 하는 거냐? 이 손가락에 짚인 것을 잘 봐, 정말 그날이 맞
지 않으면 내가 네 딸이 되겠다. 네 딸...."
처녀는 화를 내면서 개를 쫓아 버리더라.<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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