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의 낙이었다 |
언니와 동생 두 자매가 따뜻한 봄날 광주리를 하나씩 들고 산
으로 나물을 캐러 갔다. 온 산에는 철쭉꽃이 만발해 있고, 봄눈
이 녹아내려 흐르는 시냇가에는 수양버들 늘어진 가지마다 돋아
난 새싹이 부드러운 바람결에 일렁이는데, 따뜻한 양지쪽 산비
탈 잔디에 자매는 나란히 앉았다.
"언니, 이런 때 노총각이나 한 사람 나타났으면 좋겠지?"
이 말에 언니도 춘정을 진정하기 어렵다는 듯 말을 받았다.
"얘, 노총각은 골치 아프니 그만두고, 그저 꼿꼿하게 일어선
남자의 힘찬 양근이나 이 광주리에 하나 가득 담겨 주었으면 좋
겠다. 이럴 때 실컷 가지고 놀게."
이 말을 들은 동생은 머리를 잘래잘래 내저으면서 말했다.
"아니야 언니! 나는 힘이 다 빠져 축 늘어져 죽은 양근이 두
광주리에 가득 찼으면 좋겠어."
동생의 말에 언니가 그 힘빠진 물건을 무엇에 쓰느냐고 하자,
동생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말했다.
"아이 참 언니도, 생각을 좀 해봐요. 죽은 양근을 만져서 일
으켜 세우는 그 재미가 어딘데? 그리고 죽은 양근이 일어서서
꼿꼿해지면 그 크기가 배로 늘어나게 되니, 그러면 힘찬 양근
이 네 광주리나 되지 않아요? 그 얼마나 좋아요?"
이러고 두 처녀는 서로 손을 잡고 웃었다.<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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