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4부 서민들, 유머는 그들의 낙이었다 |
한 노인이 세 아들을 두어 모두 성혼시키고 회갑을 맞이했다.
많은 음식을 차려 놓은 상 앞에 앉은 노인에게, 세 며느리가 차
례로 잔을 올리며 헌수했다.
먼저 큰며느리가 잔을 올리면서 말했다.
"아버님은 오래오래 사셔서 천황씨(天皇氏)가 되소서."
이에 시아버지가 그 뜻을 물으니 큰며느리는, 옛날 천황씨가
1만 8천 세를 살았기 때문에 그렇게 오래 사시라는 뜻으로 한 말
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둘째 며느리가 잔을 올리면서.
"아버님은 지황씨(地皇氏)가 되십시요. 옛날 지황씨도 1만 8
천 세나 사셨습니다."
라고 말하니, 시아버지는 역시 매우 흐뭇해했다.
이제 막내며느리가 나와서 잔을 올릴 자례였다.
"아버님! 아버님은 부디 남자의 양근(陽根)이 되소서."
이 말에 시아버지는 화를 내면서 물었다.
"얘야! 너 그 무슨 버릇없는 소리냐? 그게 무슨 뜻인고?"
이 물음에 막내며느리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아버님! 들어 보십시요. 제가 아버님의 막내아들 양근을 만
지면서 갖고 놀아 보니, 힘없이 죽어 있다가도 제가 손만 대면
항시 다시 살아납니다. 그러니 그게 바로 장생불사(長生不死)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그래서 아버님도 양근처럼 죽었다가도
항시 다시 살아날 수 있게 되시라는 뜻입니다."
시아버지는 막내며느리의 이같은 설명을 듣고 매우 감격스러
워했다.
"얘야, 네 말이 가장 마음에 든다. 내가 죽으면 언제라도 아
기 네가 주물러 만져 다시 살아나게 해다오."
이러고 시아버지는 술을 받아 마셨다.<조선 후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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