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고전유머]6-18화 관장의 건망증

eorks 2007. 7. 18.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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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
제6부 그들의 행동, 정말 어리석었나?

(제6-18화)관장의 건망증
    한 고을 관장이 건망증이 매우 심해 금방 들은 것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것이었다. 이 고을에는 배씨(裵氏) 성을 가진 좌수(座首)가 있어서, 매일 관청에 들어와서는 관장에게 인사를 올렸다. 그런데, 배 좌수가 들어와서 관장에게 인사를 올릴 때마다 관 장은 좌수의 성씨를 기억하지 못하고 언제나 한결같이, "좌수 성씨가 무엇이었더라, 내 또 좌수 성씨를 잊었네." 하며 묻는 것이었다. 그러면 배 좌수는 늘 같은 말로 이렇게 일 러 주었다, "예, 성주(城主) 어른! 소인 성은 배가입니다." 이와 같이 날마다 되풀이하니, 배 좌수는 관장이 매일 자기의 성씨를 묻는 것이 민망하여, 하루는 관장 앞에 엎드려 다음과 같 이 아뢰었다. "성주(城主) 어른께서는 밤새 소인의 성을 잊으시고 매일 물 으시는데, 소인 성이 과일인 배[梨]와 음이 같습니다. 오늘부터 는 벽에 배 그림을 하나 그려 놓으시고 그것을 보시면, 아마도 쉽게 기억하실 수가 있으?것입니다ㅣ. 그렇게 하소서." 이 말에 관장 참 좋은 방법이라고 말하며 직접 붓을 가지고 벽에다 배 그림을 하나 그려 놓았는데, 관장의 그림 솜씨가 서툴 러서 배 꼭지가 너무 길게 그려졌다. 이튼날 좌수가 관장에게 들어가 인사하니, 관장은 벽에 그려 놓은 그림과 좌수를 번갈아 보면서, "좌수 성씨가 `몽둥이'였던가? 몽둥이 좌수 맞지?" 하고 물었다. 벽에 배를 그리면서 꼭지를 길게 그려, 그 꼭지가 마치 몽둥이 자루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 말을 들은 좌수는 웃음을 터뜨리고 이렇게 아뢰었다. "죄송합니다, 성주 어른! 소인 성은 `배'이지 `몽둥이'가 아닙 니다. 성주 어른께서 벽에 있는 그림을 잘못 보셨습니다. 길게 그려진 것은 몽둥이 자루가 아니라 배 꼭지입니다." 관장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그렇지, 내가 몽둥이로 해석한 것은 배 꼭지를 너무 길게 그 려서 그랬구먼. 배 꼭지가 너무 길어." "예, 성주 어른! 그러하오니 배 꼭지를 좀 짧게 자르소서." 좌수의 간청에 따라 관장은 그림 앞으로 가서 칼로 긁어 꼭지 를 모두 잘라 버리고 둥그런 몸체만 남겨 놓았다. 그래 놓고 앉 아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했다. "꼭지를 너무 많이 잘랐구나, 꼭지가 없어도 몸체가 있으니 다시 또 잊지는 않겠지?" 이 일에 대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비꼬았다. "좌수가 그 관장의 건망증 때문에 배 그림을 그려 놓게 했고, 다시 꼭지를 잘라 둥굴게 만들어 놓았으니, 다음날은 수박이나 오리알, 또는 계란으로 착각하지 않을까 그게 걱정되네." <조선 중기> [옛 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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