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소년부처가 함께 방안에 누워 있더니, 큰 비가 쏟아지며 우레소
리가 진동하여, 밤은 어둡기가 칠흑과 같고 번갯불이 촛불과 같이 밝
았다.
『장독을 잘 살폈는가?』
하고 사내가 말하니,
『뚜껑을 덮지 못하였노라.』
『그대가 빨리 나가서 보라.』
『내 본시 우레를 두려워하니 낭군은 나 대신 나가 보소서.』
두 사람은 서로 이렇게 앙탈을 하다가 처마 밑의 비가 무섭게 내리
치는지라, 처가 부득이 전전긍긍하며, 억지로 일어나서 방을 나와 장
독대 옆으로 나오려 할 때에, 도둑놈 하나가 마침 대청 아래 숨어 있
다가 이미 그 부처의 서로 다툰 일을 듣고, 미리 도자기 분(盆)을 들
어 곧 그 여자의 앞에 던졌는데, 그 여인이 크게 놀라 까무라침에 도
둑놈이 벼락처럼 달려들어 겁간하고 도망하였거늘, 그 남편이 처가
오래 들어오지 아니함을 괴상히 여겨 나가서 끌어안고 온즉, 그 때에
야 겨우 소생하였다. 간신히 살아난 처의 입에서,
『여보 그런데 벽력신(霹靂神)도 자웅(雌雄)이 있소?』
『어떤 까닭이요?』
처가 그제서야 부끄러워하며,
『급작스레 벽력신이 덤벼들며 저의 몸을 내려누르기에 저는 혼비
백산하였지요. 거의 죽은 몸과 같이 한동안 인사불성이 되었으나, 나
중에 가만히 생각해 본즉 벽력신도 반드시 낭군과 함께 자는 법과 꼭
같습디다. 어찌 그리 조금도 틀리지 않는 남녀간의 일과 꼭 같았는지.』
『그것봐, 내가 만약 나가서 오래 어정됐더라면 벼락을 면치 못했을
거야. 벼락 귀신이 무슨 누구의 낯을 봐가며 용서해 줄줄 알아……. 큰
일날 뻔 했지.』
하고 무사했음을 자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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