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조 때 유머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eorks 2018. 8. 13. 00:14
[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제1부 선비들의 멋, 그것은 유머였다.
[제1ㅡ39화]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김국간(金國幹)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이 선비는 여색을 좋아 해 늘 여종의 방에 드나들면서 재미를 보곤 했다. 하루는 한낮에 그 여종과 함께 집 뒷산 한적한 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는데, 하도 기분이 좋아서 이웃에 사는 친구에게,

"여보게, 나 오늘 대낮에 여종과 만나서 사랑을 나누기로 했 네,"
하고 자랑삼아 얘기를 했다.

대낮에 여종과 만나 사랑을 나눌 약속을 했다는 이야기를 들 은 이 친구는 슬그머니 샘이 나고, 그 모습을 한번 보고 싶은 충 동도 느꼈다.

`내 근처 나무 위에 올라가 있다가 구경을 해야지,'

이러고 그가 만나기로 했다는 장소에 미리 가서 나무 위에 올 라가 숨어 있었다. 한참 동안 기다리고 있으니 약속했다는 시간 에 김국간이 여종과 함께 술과 안주를 준비해 가지고 나타났다. 그리고 두 사람은 친구가 올라가 있는 그 나무 밑에 자리를 펴고 나란히 앉았다.

김국간은 마음이 급해 앉자마자 곧 여종을 껴안고 옷부터 벗 기려고 했다. 그러자 여종이 두 손으로 떠밀면서,

"왜 이렇게 급히 서두세요? 배가 고픈데 음식부터 먹고 숨을 좀 돌린 다음에 하기로 해요."
라고 말하면서 옷끈을 움켜쥐었다.

"음식 먹는 동안을 어떻게 참아, 먼저 사랑을 나누고 천천히 음식을 먹어야지, 어서 내 말 들어."

김국간은 여종을 억지로 껴안고 옷을 벗겼다.

이렇게 실랑이를 하는 동안 여종의 옷이 거의 다 벗겨졌는데 도, 여종은 끝까지 고집을 굽히지 않고 옷을 움켜쥔 채 음식부터 먹자고 우겼다. 마침내 두 사람은 알몸이 다 되었는데도 서로 붙 잡고 승강이를 하면서, 끝까지 다투는 것이었다.

나무 위에 숨어서 이 모습을 보고 있던 친구는 그들의 사정이 하도 딱해서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누구 하나가 양보하면 쉽게 잘될 일을 자꾸만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너무나 안타까웠 다. 그래서 참다못해 내려다보고 소리를 질렀다.

"여보게, 국간이, 자네 참 답답하구먼, 왜 자꾸 고집을 부리 나? 그 애가 하자는 대로 음식부터 먹고 했어도 벌써 몇 번을 끝 내고도 남았어, 이 바보야, 왜 그렇게 고집을 부려."

불시에 나무 위에서 사람 소리가 나니 두 사람은 놀라서 어쩔 줄을 모르다가 급히 주섬주섬 옷을 집어들고 함께 도망가는 것 이었다. 그러자 이 친구는 서서히 나무에서 내려와 두 사람이 두 고 간 술과 안주를 배부르게 먹고 천천히 내려왔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퍼지니, 그 뒤로 고집 센 사람을 가리켜,

`김국간의 고집'
이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조선 중기>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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