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고전에서 전해오는 조선왕조 500년 유머/김현룡지음]
|
[제1ㅡ10화]무식한 선비의 실수
이씨와 김씨 두 선비가 이웃에 살고 있으면서 매우 친하게 지
냈다. 그런데 이씨 선비의 부인은 한문 독서를 해서 제법 한문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었지만, 김씨 선비의 부인은 전혀 한자에 대
해서는 알지 못했고 언문(諺文)만 해독할 정도였다.
하루는 두 선비가 함게 나란히 말을 타고 외출하여 수십 보를
가니 뒤에서 이씨 선비 집 여종이 헐레벌떡 달려와,
"서방님, 마님게서 이것을 전해 드리라고 했습니다."
하면서 접힌 종이쪽지를 전하는 것이었다. 이씨 선비가 쪽지를
펴보니,
`봄철에는 얼음이 꺼지기 쉬우니 조심하세요(春氷可畏 愼勿
輕渡),'
라는 내용을 한문으로 써 보낸 것이었다.
이를 본 김씨 선비는 한문으로 글을 쓸 줄 아는 친구 이씨의
부인이 너무나 부러웠다.
뒷날 하루는, 김씨 선비가 이씨 선비 집을 방문해 이런저런
환담을 나누고 있었는데, 이 때 이씨 선비가 여종을 불러 이렇게
이르는 것이었다.
"얘야, 안방마님에게 내 서재에 있는『고문진보(古文眞寶)』를
찿아 달라고 해서 갖고 오너라,"
대답을 하고 안으로 들어간 여종이 얼마 후에 빈손으로 나오
더니 이렇게 묻는 것이었다.
"서방님, 마님게서『고문진보』전집(前集)인지 후집(後集)인
지 다시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이 말에 김씨 선비는 다시 한 번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
에 대해 감탄하고 부러움을 느꼈다.
이날, 집으로 돌아온 김씨 선비는『고문진보』의 전집, 후집
까지 알고 있는 이씨 선비 부인의 한문 실력을 아내에게 얘기하
고, 자존심이 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자기 집 서재에
있는 모든 책의 표지에 언문으로 그 책 제목을 쓴 쪽지를 붙이
고, 아내에게 잘 익혀 두라고 당부했다.
그리고 난 뒤 어느 날, 김씨 선비 집에 많은 손님이 모여 술
을 마셨다. 이때 물론 이씨 선비도 함게 참석했었다. 김씨 선비
는 이 기회에 자기 아내의 실력을 보여 주어 과시해 보려고 마음
먹었다.
김씨 선비는 큰 목소리로 여종을 불러 지시했다.
"여봐라! 안에 들어가서 마님에게『공총자(孔叢子)』를 찿아
달라고 해 갖고 나오너라,"
여종이 대답하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조금 후에 다시 나왔다.
그리고 여쭙기를,
"서방님, 마님게서『공총자』의 전공(前孔)인지 후공(後孔)인
지를 여쭈어보고 오라 했습니다."
하고 큰소리로 묻는 것이었다.
이 말에 여러 손님들이 모두 어리둥절해하고 있는데, 해학을
잘하는 한 손님이 나서서 웃으며 소리쳤다.
"얘야, 들어가서 마님게 여쭈어라. 전공(前空;앞구멍)은 참
으로 맛이 있고 좋은데, 후공(後孔;뒷구멍)은 구린내나고 더러
워서 싫어한다고 말씀드려라,"
이렇게 짓궂은 농담을 하니 모여 있던 손님들이 일제히 웃음
을 터뜨렸고, 모처럼 부인의 실력을 여러 사람들 앞에 뽐내 보려
던 김씨 선비는 부끄러움을 참지 못했다.
즉,『고문진보』는 전집, 후집으로 나뉘어져 있지만『공총자』
는 전, 후집이 아닌 상, 하편으로 되어 있어 그 무식함이 드러
났고, 흔히 여성의 옥문과 항문을 전공과 후공으로 일컫고 있기
때문에, 이것과 연관지은 해학이었다.<조선 중기>
|
......^^백두대간^^........白頭大幹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