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점술과 정치

eorks 2023. 7. 19. 04:29

풍수지리(風水地理)

점술과 정치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점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인류역사가 시작되면서부터였다. 점술은 인간의 운명이나 미래를 알려주는 신비한 힘이 있는 것으로 믿어왔기 때문에 누구든지 관심을 가져왔지만 특히 나라를 다스리는 군주나 왕 같은 지배자는 더더욱 관심을 가져왔다. 임금이 바뀌거나 왕조가 바뀔 때는 반드시 점술가들의 예언(?)같은 것이 필요했다.

오늘날 한국의 정치 판도를 이해하려면 한국정치가 점술과 얼마나 깊은 관계를 갖고 있는지를 이해해야 한다.

겉으로 볼 때 한국정치는 민주주의에 입각한, 근대화된 정치제도에 의하여 움직이기 때문에 점술 같은 것과는 전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한국의 정치는 지금도 점술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술에 의해서 깊은 영향을 받고 있다. 미국의 정치가 언론과 여론에 지배된다면 한국정치는 점술가들에 의해서 지배를 받고 있다는 말도 가능하다.

선거를 앞둔 미국의 정치인들은 권위 있는 여론조사에 귀를 기울이지만 선거를 앞둔 한국 정치인들은 신통한 점술가의 말을 듣기 위해 만사를 제쳐놓는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정치인들이 교육수준이 낮아서도 아니고 근대적인 사고방식을 갖추지 못해서도 아니다. 일반적으로 우리 한국인의 심리 저변에는 점술에 대한 깊은 뿌리가 내려져 있다.

심지어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 점술가를 찾는 경우도 보았다. 전통적으로 한국인의 심성(psyche)속에는 무속적 신앙, 풍수지리의 세계관, 점술의 운명관이 있어 우리의 가치관을 지배하고 있음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이 세가지 요소는 교육정도나 종교의 차이에 따라 그 나름대로의 다른 색깔과 현대적 모습으로 단장하고 나오기 때문에 언뜻 보면 잘 보이지 않지만 깊이 관찰하면 이러한 요소가 우리의 생각이나 가치관속에 깊이 뿌리 박고 있다.

정치를 하는 사람들은 백성의 심성을 알고 그 심성에 호소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정치인이 점술가에게 의존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은 변화무쌍한 정치세계가 주는 혼돈과 불안정, 불확실성 가운데 인간적 한계상황을 경험하면서 어떠한 방향감각과 위로와 자신감을 얻으려는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자기가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같은 국민의 지도자로 뽑히는 그 과정이 결코 단순한 인간적인 선택이 아니고 ‘하늘’이 선택한 운명임을 국민들이 받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곳에서 어떤 인물이 나올 것이라는 어느 점술가의 막연한 예언 같은 것이 실제 인물과 연결될 때 놀라운 설득력을 발휘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한국에서 왕이나 대통령이 되려면 이 점술의 힘을 타야한다. 국민의 여론이 이 점술의 힘에 좌우될 만큼 막강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한 나라의 왕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낸 사람이어야 한다고 믿어왔다.

한국에서는 아직도 대통령은 아무나 되는 것이 아니고 ‘하늘이 낸 사람’이어야 한다는 사상이 깊이 자리잡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람들의 심층심리에는 두 가지 요소가 깊이 작용하고 있다. 첫째는 위에서 말한 토속적인 우리 마음과 뼈 속에 깊이 뿌리박혀 있는 무속사상이고 또 한가지는 유교 전통이 가져온 천명사상(天命思想)이다. 임금이나 대통령이 되는 것은 천명을 타고나야 된다는 것이다.

유교의 천명사상은 정명사상(正名思想)과 더불어 유교의 정치철학이나 지도이념을 이룩하는데 지대한 공헌을 하였다. 천명이라는 것은 결코 운명론적인 사상이 아니다. 유교에서 말하는 ‘하늘’은 인간의 영역을 떠난 초월적 의미의 하늘이 아니고 오히려 인간의 연장이 곧 하늘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의 의지와 백성의 마음이 집합적으로 뭉쳐서 이것이 상징적으로 표현될 때 곧 ‘하늘’이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맹자(孟子)는 천심(天心)이 민심(民心)이라 하지 않았는가. 백성의 마음이 떠나면 하늘의 마음도 떠나는 것이다. 앞으로 한국을 이끌고 갈 ‘하늘이 낸 인물’을 어떻게 찾느냐는 중대한 임무가 우리 국민 한사람 한사람에게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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