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풍수지리
한국 역사를 보면 과도기 때마다 풍수도참에 근거를 둔 ‘비결서(秘訣書)’가 유행하곤 하였다. 신라 말엽에는 ‘계림황엽 곡령청송(鷄林黃葉 鵠嶺靑松:신라는 누런 잎이고 개성은 푸른 솔이다)’이, 고려후기에는 ‘목자득국(木子得國:이씨가 나라를 얻는다)’이 유행하였다.
병자호란 이후에는 오랑캐를 쳐야 한다는 북벌론이 대세를 이루면서, 〈정감록〉에 나오는 ‘고월망어어양 어양망어고월(古月亡於漁羊 漁羊亡於古月)’이 유행하였다. 古月은 오랑캐(胡)를 상징하고, 漁羊은 조선(鮮)을 상징한다. 풀이하면 ‘오랑캐가 조선을 망하게 하고, 그 다음에는 조선이 오랑캐를 망하게 할 것이다’가 된다.
북벌론자들을 자극하였던 예언이었다. 근래에 식자층 사이에서 많이 읽히는 비결이 〈송하비결(松下秘訣)〉이다. 현재 5만부 이상 팔렸다고 한다. 여기에 보면 ‘송하유돈(松下有豚)’이라는 대목이 등장하는데, ‘소나무 아래에 돼지가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문구가 핵(核)을 상징한다는 것이다.
松은 木으로 해석하고, 豚은 돼지(亥)로 해석하면 ‘核’이라는 글자가 조립된다는 주장이다. 〈송하비결〉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송하유돈을 근거로 해서 북한에 대한 핵 폭격을 예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2004년에 북한 핵시설에 대한 선제공격을, 2007년에 핵을 투하한다는 예언이 수록되어 있다.
예전 같으면 ‘전설의 고향’으로 치부해 버릴 이야기에 불과하지만, 현재 돌아가는 상황이 심각하다 보니까 웃어넘길 수가 없다. 미국의 강경파들은 공공연하게 북한 폭격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신들은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실험이 ‘핵개발’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고, 엊그제 북한의 양강도에서 발생한 대규모 폭발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남북한 모두 ‘핵논란’에 휩싸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지고 보면 예언이라고 하는 것은 사전에 그 천기가 누설되어 버리면 맞지 않게 된다. 앞서 대비하고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필자는 ‘송하유돈’의 의미를 ‘핵’이라고 해석하지 않기 때문에 핵폭격이 있을 것이라는 예언을 받아들이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를 대비하는 노력은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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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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