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지리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2)

eorks 2023. 10. 3. 00:35

풍수지리(風水地理)한국인의 땅, 풍수

이완근과 이학준의 희망의 문학(2)
어 머 니 땅 의 품 으 로 돌 아 가 리

풍수에서는 땅을 인간에게 생명력을 베푸는, 살아 있는 생명체로 여긴다. 어머니와 자식이 같은 몸을 나누듯 땅과 사람은 한몸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머니가 자식을 돌보듯 땅이 사람을 돌보고 생명을 베푸는 것이 풍수에서는 당연한 일이다. 땅이 생명을 유지시키고 끊임 없는 자연의 순환 과정을 담아내는 것을 잘 간파한 우리 선인들은 땅에 대해 대단히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길을 내거나 우물을 파거나 건축물을 지을 때도 매우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 이는 땅에 대한 고마움과 경건함을 표현하는 것이었지 결코 헛된 미신이 아니었다.

한의학이 소우주인 인간의 몸에 천지의 구조를 도입하여 논리를 전개하듯, 풍수는 어머니와 같은 땅에 사람 몸의 이치를 적용한다. “대개 풍수사가 땅의 맥을 살피는 것과 의사가 사람 몸의 맥을 살피는 것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훌륭한 의사는 맥의 음양을 잘 살펴 약을 조제하고 훌륭한 풍수사는 땅에 있는 맥의 상태를 잘 살펴서 혈을 정하게 되는데 그 이치는 하나다.”이는 송나라 때 주희에게 풍수를 가르쳐 준 채원정이 한 말로, 풍수와 한의학의 관계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대목이 맥의 음양의 살핀다는 말이다. 풍수가 찾으려 하는 좋은 땅은 음양이 조화를 이룬 곳이다.

홀로 이상향은 없다!

물론 풍수 사상이 농업을 위주로 하는사회에서 나타난 일개 지리관일 뿐이라는 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아무리 산업화된 공간이 범람할지라도 사람은 땅과의 관계를 설정하고 땅 위에서 삶을 꾸려나갈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심성 깊은 곳에 깔려 있는 풍수적 정서는 환경에 대한 새로운 자각과 실천을 일깨우는 데 커다란 기여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땅은 잘리고 쓰러지고 뭉개져, 풍수적 땅이란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개발은 인간이 자연에 손대서 자신을 위한 환경을 만들어 내는 일이고, 문명의 건립은 인간의 목적을 위해 자연을 이용하고 변화시키는 일이었다. 이 때 자연은 철저한 이용의 대상,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린다. 철저하게 이용하고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철저하게 버리는, 이러한 이용과 버림의 결과가 현상으로나타난 것이 바로 환경오염이다.

오염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땅과 자연을 소유와 이용 의 대상으로만 바라본 세태에 대한 보복일 뿐이다. 그리고 그보복은 너무나 정당하다. 땅은 단순한 지질학적 퇴적물이 아니다. 주변의 야트막한 산은 백두산으로부터 뻗어 나온 산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물도 지역의 벽을 넘어 상류에서 하류까지 하천 유역전체가 ‘하나’로연결되어있다.

우리 환경을 구성하는 산과 물이 하나로 연결되어있음을 인식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 연결을 전체로 인식해야‘나 하나’만의 욕망과 이익을 추구하는 생각을 떨칠 수 있다. 풍수 사상은 나만의 명당, 나만의 이상향을 찾을 수 없다고 가르친다. 명당은 그 자신이 홀로 명당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주변의 건강한 산과 물이 있어야 비로소 명당을 만든다.

마찬가지로 내 집만이, 내 삶만이 홀로 이상적일 수 없다. 주변의 환경이 맑지 못하면 나도 맑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나와 주변이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할 때 다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대동의 삶터를 건설해 나갈 수 있을것이다. 인간과 자연이 유기적인 관계를 회복한 이상적인 세상, 그 새로운 삶의 지평을 말이다.

[필자 : 성동환 | 부산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리학과 대학원을 거쳐 대구가톨릭 대학교 대학원에서 사찰입지를 풍수적으로 해석하여 박사학위를 받았다. 부산외국어대, 동아대 강사를 거쳐, 최초로 개설된 경산대 풍수지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풍수학의 학문적 기반을 다지는 연구와 교육에 힘쓰고 있으며, 지은 책으로 『우리땅 풍수기행』(공저) 등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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