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32. 終日綠溪不見人(종일록계불견인)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eorks 2024. 10. 10. 18:41

32. 終日綠溪不見人(종일록계불견인)
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김삿갓은 노파와 작별하고 다시 나그네의 길에 올랐다.
    安邊은 관동과 관북의 접경지대다.

    관동에서 관북 땅으로 접어드니 산세가 더욱 험준하고 인가도 점점 희소
    하였다.

    배가 고프면 솔잎을 따 먹기도 하고 칡뿌리를 캐 먹기도 하면서 토굴신세
    를져 오다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인가를 만났다.

    오막살이 주인은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집은
    창호지는 언제 발랐는지 새까맣고, 방안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대접한답시고 지어온 보리밥은 몇 년이나 묵은 보리쌀인지 발갛게 절어
    있었다.

    김삿갓은 하룻밤 신세를 지고 그 집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읊었다.


              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겨우겨우 강가에 초막 한 채를 찾았소.
              문에 바른 창호지는 여와씨 때의 종이요
              비를 들어 방을 쓰니 천황씨 때의 먼지로다.

              終日綠溪不見人(종일록계불견인)
              辛尋斗屋半江濱(신심두옥반강빈)
              門塗女와元年紙(문도여와원년지)
              房掃天皇甲子塵(방소천황갑자진)


              새까만 그릇들은 우나라 때 구운 건가
              새빨간 보리밥은 한나라 때 곡식인가
              떠날 때 주인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간밤 일 생각하면 암만해도 입맛 쓰네.

              光黑器皿禹陶出(광흑기명우도출)
              色紅麥飯漢倉陳(색홍맥반한창진)
              平明謝主登前途(평명사주등전도)
              若思經宵口味辛(약사경소구미신)


    그 어려움 속에서 생면부지 길손을 먹여 주고 재워 준 인정에 감사하면서
    도 그토록 처참한 삶을 이어 가는 산골 백성이 불쌍하고 서글펐다.

    그래서 그는 익살스러운 시로써 속으로 울며 저린 가슴을 달래는 것이었
    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