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34.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정자 만나니

eorks 2024. 10. 13. 20:19

34.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정자 만나니


    鶴城山 서쪽에는 飄飄然亭이라는 또 하나의 정자가 있어 동쪽의 駕鶴樓와
    더불어 쌍벽을 이루고 있었다.

    삼방계곡의 맑은 물이 흐르고 흐르다가 이곳에 이르러서는 물결이 일렁거
    리는 龍塘여울을 이루는데 그 앞으로 쭉 뻗어 나온 학성산의 한 줄기 산마
    루 끝에 정자 하나가 우뚝 솟아 있다.

    아마도 飄飄然亭이라는 이름은 陶淵明의 歸去來辭에 나오는 風飄飄而吹衣
    (바람은 솔솔 옷자락에 분다)라는 시구에서 따 온 듯하였다.

    주위에는 고목이 울창하여 꾀꼬리가 날아들고, 바다가 가까운 탓인지 南大
   川 물가에는 갈매기가 날고 있으니

    이 풍광을 바라보는 김삿갓이 어찌 시 한 수가 없을 수 있겠는가.


              안변 땅 두루 돌다 좋은 정자 만나니
              술을 찾고 시를 쓰며 물갈래를 묻노라
              고목은 정이 많아 꾀꼬리 모여들고
              강물은 거침이 없어 갈매기 나네.

              一城踏罷有高樓(일성답파유고루)
              覓酒題詩問幾流(멱주제시문기류)
              古木多情黃鳥至(고목다정황조지)
              大江無恙白鷗飛(대강무양백구비)


    김삿갓은 시를 한 수 읊고 나자 불현듯 가학루에 걸려 있던 鄭夢周, 鄭道傳
    의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그들은 정치색이 농후한 영웅호걸들이어서 그 들의 시에는 무언중에 風雲味
    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태평성대가 아닌가.


              영웅은 가고 세상은 조용하여
              길손은 다락 위에 한가롭게 앉았노라
              관동 땅 아직 두루 보지 못했으니
              기러기를 따라서 장주로 내려가리.

              英雄過去風煙盡(영웅과거풍연진)
              客子登臨歲月悠(객자등임세월유)
              宿債關東猶未了(숙채관동유미료)
              欲隨征雁下長洲(욕수정안하장주)
                   *長洲는 定平의 옛 이름

    김삿갓은 자기 자신을 아무 욕심도 없는 순수한 시인으로 자처하는 동시에,
    세태변화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한 세상을 숨 가쁘게 살았던 정몽주, 정도
    전 같은 영웅들을 은연중에 비꼬고 있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