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고프면 솔잎을 따 먹기도 하고 칡뿌리를 캐 먹기도 하면서 토굴신세 를져 오다가 사흘 만에 처음으로 인가를 만났다.
오막살이 주인은 반갑게 맞이해 주었지만 가난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집은 창호지는 언제 발랐는지 새까맣고, 방안에는 먼지가 그대로 쌓여 있었다.
대접한답시고 지어온 보리밥은 몇 년이나 묵은 보리쌀인지 발갛게 절어 있었다.
김삿갓은 하룻밤 신세를 지고 그 집을 떠나면서 다음과 같은 시 한 수를 읊었다.
계곡 따라 종일 가도 사람 하나 못 보더니 겨우겨우 강가에 초막 한 채를 찾았소. 문에 바른 창호지는 여와씨 때의 종이요 비를 들어 방을 쓰니 천황씨 때의 먼지로다. 終日綠溪不見人(종일록계불견인) 辛尋斗屋半江濱(신심두옥반강빈) 門塗女와元年紙(문도여와원년지) 房掃天皇甲子塵(방소천황갑자진)
새까만 그릇들은 우나라 때 구운 건가 새빨간 보리밥은 한나라 때 곡식인가 떠날 때 주인에게 고맙다고 말했지만 간밤 일 생각하면 암만해도 입맛 쓰네. 光黑器皿禹陶出(광흑기명우도출) 色紅麥飯漢倉陳(색홍맥반한창진) 平明謝主登前途(평명사주등전도) 若思經宵口味辛(약사경소구미신)
그 어려움 속에서 생면부지 길손을 먹여 주고 재워 준 인정에 감사하면서 도 그토록 처참한 삶을 이어 가는 산골 백성이 불쌍하고 서글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