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6. 안진사 댁을 떠나며 안진사 댁에서 보낸 한 겨울은 무척 푸근했다. 어느 때는 연못가에서 개구리소리를 들으며 무념무상의 경지에 잠기기도 하고, 또 어느 때는 창가에 기대앉아 달을 바라보며 한밤을 지새우기도 했 으며, 언젠가는 소나기 퍼붓는 광경을 바라보며 풍류시를 읊기도 했다. 방초 푸른 늪에서는 개구리소리 요란하고 손님 없는 문전에는 시골길 한가롭다 소나기 퍼붓는 비바람에 대나무 흔들리고 물고기 날뛰는 물보라에 연잎이 번득인다. 斑苔碧草亂鳴蛙(밤태벽초란명와) 客斷門前村路斜(객단문전촌로사) 山雨驟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