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북쪽 끝에 와 있으니 김삿갓의 고향은 아득한 남쪽 나라다. 고향을 떠난 지 이러구러 얼마이던가.
이것도 나이 탓일까. 고향생각이 전에 없이 새삼 간절하여 또 다시 시한 수 를 읊는다.
서쪽 땅 13 주를 헤매었건만 아직도 떠날까 머물까 망설이네. 눈비 내리는 한밤에 고향 그리워 잠 못 이루니 산천 따라 나그네 길 몇 해이런가. 西行已過十三州(서행이과십삼주) 此地猶然惜去留(차지유연석거류) 雨雪家鄕人五夜(우설가향인오야) 山河逆旅世千秋(산하역여세천추)
젊었을 때 생각하고 슬퍼할 것 없나니 영웅호걸 누구도 백발만은 못 면한다. 객점 외로운 등불 아래 또 한 해를 보내니 꿈속에나 고향 땅을 찾아가 보리. 莫將悲慨談靑史(막장비개담청사) 須向英豪問白頭(수양영호문백두) 玉館孤燈應送歲(옥관고등응송세) 夢中能作故園遊(몽중능작고원유)
고향 꿈이나 꾸어 보려고 불을 끄고 잠을 청해 보지만 마음이 산란하니 잠이 올 리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