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11. 헤어질까 두려워

eorks 2024. 12. 31. 12:21

111. 헤어질까 두려워


    정성을 다해 받들어 모시는 秋月에게 김삿갓은 얼이 빠져 버렸다.

    그러기에 밤마다 춘정을 무르녹도록 나누다가 어느 날 밤에는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추월을 예찬했다.


              옛날부터 가을은 쓸쓸하다 하지만
              나는 가을을 봄보다 좋아하노라
              맑은 하늘에 학이 구름을 타고 내려와
              나의 시정은 하늘에 솟는 것만 같구나.

              自古逢秋悲寂寥(자고봉추비적요)
              我言秋日勝春朝(아언추일승춘조)
              晴空一鶴徘雲上(청공일학배운상)
              便引詩情到碧宵(편인시정도벽소)


    추월이라는 이름의 秋(추)자를 따 가지고 추월을 하늘에서 내려오는 학에
    비유 하여 그를 한껏 예찬한 것이었다.

    사세가 이렇게 되고 보니 추월도 한 마디 없을 수 없었다.

    그리하여 즉석에서 다음과 같은 시로서 화답했다.


              오래 사모하다 우연히 만나 뵈니
              모두가 꿈이 아닌가 싶사옵니다.
              지금은 이렇게 즐기고 있어도
              언제 또 혼자될까 두렵습니다.

              久慕偶相逢(구모우상봉)
              俱疑是夢中(구의시몽중)
              卽今歡樂事(즉금환락사)
              心裏畏空房(심리외공방)


    김삿갓이라는 사나이는 구름처럼 바람처럼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는 영원
    한 방랑객임을 잘 아는 추월은 언제 헤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에서 즐거움
    보다 두려움이 앞섰던 것이다.

    사랑이란 그래서 영원히 애달픈 것이라고 일러 오는지도 모른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