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09. 秋月과 작별하고

eorks 2024. 12. 29. 08:31

109. 秋月과 작별하고


    어느덧 깊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와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고 江界
    (강계)고을 전체가 桃源境(도원경)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김삿갓은 어머니 생각이 불현듯 솟아오른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 뵙고
    용서를 빌어야지’ 생각이 이에 미친 그는 어렵게 입을 열어 추월에게 알
    린다.

    추월은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가슴이 메어져 오는 것만 같아 대답을 못
    하고 가슴속으로 흐느껴 울기만 했다. 묵묵히 김삿갓을 따라 강가에 나
    와서 나룻배를 기다리던 추월은 자기도 모르게 시 한수를 구슬프게 읊
    었다.


              독로강 긴 둑에 풀내음 향긋한데
              정 있고 말 없어 무정한 것 같도다.
              정든님 머나먼 만 리 밖에 보내자니
              언제 또 만나 뵐까 그리움 한이 없네.

              禿魯長堤芳草香(독로장제방초향)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送君萬里碧山外(송군만립벽산외)
              何時再逢離思長(하시재봉리사장)


    대장부의 간장을 에어내는 애절하고도 그윽한 시였다.

    김삿갓은 추월의 시가 찡하고 가슴에 울려오자 나룻배에 오르면서 소리
    를 크게 내어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봄바람에 복사꽃 향기 온 산에 가득한데
              임 보내는 가을 달(秋月)의 눈물 한이 없구나.
              내 이제 배 위에서 그대에게 묻노니
              이별의 슬픔 그대와 나 과연 누가 더할꼬.

              春風桃花滿山香(춘풍도화만산향)
              秋月送客別淚情(추월송객별루정)
              我今舟上一問之(아금선상일문지)
              別恨與君誰短長(별한여군수단장)


    추월은 추월대로 슬펐지만 김삿갓은 김삿갓대로 추월 못지않게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그는 추월을 다시 보지 않으려고 뒤로 돌아서서 뱃사공에게 길을
    재촉했다.


......^^백두대간^^........白頭大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