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깊은 겨울이 지나고 봄이 돌아와 여기저기 꽃이 만발하고 江界 (강계)고을 전체가 桃源境(도원경)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김삿갓은 어머니 생각이 불현듯 솟아오른다. ‘돌아가시기 전에 가 뵙고 용서를 빌어야지’ 생각이 이에 미친 그는 어렵게 입을 열어 추월에게 알 린다.
추월은 예견은 하고 있었지만 가슴이 메어져 오는 것만 같아 대답을 못 하고 가슴속으로 흐느껴 울기만 했다. 묵묵히 김삿갓을 따라 강가에 나 와서 나룻배를 기다리던 추월은 자기도 모르게 시 한수를 구슬프게 읊 었다.
독로강 긴 둑에 풀내음 향긋한데 정 있고 말 없어 무정한 것 같도다. 정든님 머나먼 만 리 밖에 보내자니 언제 또 만나 뵐까 그리움 한이 없네. 禿魯長堤芳草香(독로장제방초향) 有情無語似無情(유정무어사무정) 送君萬里碧山外(송군만립벽산외) 何時再逢離思長(하시재봉리사장)
대장부의 간장을 에어내는 애절하고도 그윽한 시였다.
김삿갓은 추월의 시가 찡하고 가슴에 울려오자 나룻배에 오르면서 소리 를 크게 내어 다음과 같이 화답하였다.
봄바람에 복사꽃 향기 온 산에 가득한데 임 보내는 가을 달(秋月)의 눈물 한이 없구나. 내 이제 배 위에서 그대에게 묻노니 이별의 슬픔 그대와 나 과연 누가 더할꼬. 春風桃花滿山香(춘풍도화만산향) 秋月送客別淚情(추월송객별루정) 我今舟上一問之(아금선상일문지) 別恨與君誰短長(별한여군수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