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 이야기

110.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eorks 2024. 12. 30. 12:30

110. 어머님은 이미 돌아가시고


    소복차림으로 꿈에 나타난 어머니를 뵙고 부랴부랴 江界(강계)를 떠나
    외가가 있는 충청도 洪城(홍성)으로 달려온 김삿갓은 이미 10여일 전에
    어머니가 돌아 가시어 장례까지 마쳤다는 소식을 마을 어귀의 한 주막
    에서 들었다.

    그의 노모는 김삿갓이 방랑길에 오르자 친정에 가 늙은 몸을 의탁하다
    가 꿈에 그리던 아들을 영영 만나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김삿갓의 가슴은 천 갈래 만 갈래 찢어졌지만 외가에는 들어갈 면목조
    차 없었다.

    물어물어 묘지를 찾아간 김삿갓은 무덤 앞에 꿇어앉아 술 한 잔 부어놓
    고 어머니를 불러보지만 이미 유명을 달리한 어머니에게서 대답이 있을
    리 없었다.

    울다 울다 날이 저물어 할 수 없이 내려오다가 다시 돌아서서 물끄러미
    어머니의 무덤을 돌아다보고 자기도 모르게 시 한수를 읊었다.


              북망산 기슭에 새로운 무덤 하나
              불러도 불러도 대답이 없네.
              해는 저물어 마음은 적막한데
              들려오는 것은 솔바람소리 뿐이로다.

              北邙山下新墳塋(북망산하신분영)
              千呼萬喚無反響(천호만환무반향)
              西山落日心寂寞(서산낙일심적막)
              山上唯聞松栢聲(산상유문송백성)


    어머니를 만나 뵙고자 천리 길을 달려왔다가 뵙지 못한 채 또 다시 방랑
    길에 오르는 김삿갓의 심정은 착잡하기만 했다.

              세상만사는 모든 것이 이미 정해져 있는데
              부질없는 인생들은 헛되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구나.

              萬事皆有定(만사개유정)
              浮生空自忙(부생공자망)


    이라는 말을 天理처럼 믿어 온 그였지만 설마 어머니와 자기 사이의 운
    명 조차 그렇게도 야속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백두대간^^........白頭大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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